나는 그늘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그늘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그루 나무의 그늘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햇빛도 그늘이 있어야 맑고 눈부시다. 나무 그늘에 앉아 니뭇잎 사이로 반짝이는 햇살을 바라보면 세상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눈물이 없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눈물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 나는 한 방울 눈물이 된 사람을 사랑한다. 기쁨도 눈물이 없으면 기쁨이 아니다 사랑도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 나무 그늘에 앉아 다른 사람의 눈물을 닦아주는 사람의 모습은 그 얼마나 고요하고 아름다운가
가을 꽃
이제는 지는 꽃이 아름답구나 언제나 너는 오지 않고 가고 눈물도 없는 강가에 서면 이제는 지는 꽃도 눈부시구나
진리에 굶주린 사내 하나 빈 소주병을 들고 서 있던 거리에도 종소리처럼 낙엽은 떨어지고 황국도 꽃을 떨고 뿌리를 내리나니
그동안 나를 이긴 것은 사랑이었다고 눈물이 아니라 사랑이었다고 물 깊은 밤 차가운 땅에서 다시는 헤어지지 말 꽃이여
시인 정호승
1950년 경상남도 하동 출생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경희대학교 대학원 졸. / 197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동시 〈석굴암을 오르는 영희〉로당선,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시 〈첨성대〉당선./ 1982년《조선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위령제〉당선./ 1979년 첫시집 《슬픔이 기쁨에게》출간. /시집 《서울의 예수》(1982)와 《새벽편지> 《샘터》 편집부와 《월간조선》 근무, /2000년 현대문학북스 대표/ 1989년 제3회 소월시문학상, 1997년 제10회 동서문학상 수상,/ 2000년 제12회 정지용문학상 수상./ 주요 작품 시집 《별들은 따뜻하다》(1990),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1997), 《외로우니까 사람이다》(1998), 《눈물이 나면 기차를 타라》(1999), 시선집 《흔들리지 않는 갈대》 <사랑하는 사람》(2000) 등,/ 수필집 《첫눈 오는 날 만나자》,(1996) 동화집 《에밀레종의 슬픔》 《바다로 날아간 까치》(1996), 《연인》(1998), 《항아리》(1999), 《모닥불》등 다수
안도현 시인을 처음 만난 것은 군대에서 제대하고 대학에 막 복학했을 때이다. 첫 인상이 아주 친근하고 신선했다. 특히 눈이 반짝반짝 빛났다. 안도현 시인의 시가 독자를 문득 놀라게 하는 이유를 나는 그 눈에서 찾았다.
그리고 잊지 못할 기억도 있다. 그 당시 우리학교에는 문학동아리가 많았는데 동아리 통합 문제로 안 시인과 서넛이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었다. 그때 서로 왈가왈부하면서 시비가 붙었는데 정도가 과하니까 안 시인이 ‘그만 하라’고 고함을 지르면서 맥주로 머리를 막 감는 것이었다. 우리는 헐레벌떡 열이 식을 수밖에 없었다. 나는 거기서 안 시인의 강단 넘치는 에너지를 보았다고나 할까 하여튼 안 시인의 기발한 착상은 반짝이는 눈의 포착력과 깊고 깊은 시심에서 나온다고 할까 보다.
안 시인의 시 <연탄 한 장>은 제4시집 초반부에 실려 있다. <너에게 묻는다>가 첫째이고 그 다음으로 <연탄 한 장>, <반쯤 깨진 연탄>이 뒤를 잇는데 모두 연탄이 그 소재다. 3행 단시 <너에게 묻는다>는 안 시인의 재주가 돋보인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냐' 는 독자들로 하여금 깊은 성찰을 하게 하는 수작이었다. 이 시는 이기적이고 각박한 현실에서도 자기희생을 통하여 세상을 뜨겁게 하는 연탄에 대한 예찬이었다.
<너에게 묻는다>와 함께 <연탄 한 장>도 독자를 문득 놀라게 하는 재주가 돋보인다. 시 중반부의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을 오르는 거'며 후반부의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이른 아침에 누군가가 마음 놓고 걸어갈 길을 만드는 거'라는 착상은 눈의 각도가 유별나지 않으면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어쩌면 안 시인은 동화적 상상력이 풍부하다고나 할까 아니면 사물의 정령을 끌어내는 능력이 있다고나 할까 어떻든 사람을 대하는 친근하고 다정다감한 성격이 이런 물상들에까지 미쳐서 그런 신선한 발상이 나온다고 본다.
1990년대는 안 시인에게 이별의 아픔이 컸던 때였다. 전교조 문제로 학교에서 해직되어서 생계도 막막했고 사랑하는 제자들과 헤어져서 길거리를 낙엽처럼 굴러다니던 때였다. 그러다 보니 연탄으로 난방을 해야 했다. 그렇게 연탄과 가깝게 지내다 보니 그 착상이 시선하고 은유적이다. 겨울날 뜨끈뜨끈하게 방을 덥혀 주지만 자기는 연소되어 사라지는 연탄의 희생성이 따뜻한 이웃사랑으로 받아들여지고 민주화 길에서 고초를 겪어야 했던 안 시인과 만나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이 시는 1990년대 독재정권에서 문민정부로 넘어오는 과도기에 쓴 것이다. 그러면서 그 당시 시대 상황과 결부된 자기 헌신성이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민주주의를 쟁취하려다 희생된 열사들의 정신을 연탄의 희생성으로 상징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이 시는 '삶이란 나 아닌 누군가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거'라고 단정하면서 풀어나간다. 그러면서 '겨울날 거기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언덕길을 오르는 거'라며 삶의 희망을 노래하기도 한다. 추운 겨울날 연탄차에 가득 실린 연탄이 방구들을 뜨겁게 하고 따스한 밥과 국물을 준다면 이것보다 더 큰 희망은 없을 것이다. 연탄은 온몸을 태워서 이웃 사랑을 하고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다.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고 자기 연소를 망설이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기 망실이 두려워서 자기희생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시적 화자는 이런 연탄의 희생성을 자각하면서 연탄에 미치지 못하는 자기를 성찰하게 된다. 사는 것이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인데도 그렇게 하지 못했던 자신을 되돌아보고 죽어서 까지도 이웃사랑을 이어가는 연탄을 예찬하는 것이다. 눈 내려 미끄러운 언덕길을 누군가 마음 놓고 내려가게 만드는 연탄의 최후를 보면서 자기를 성찰하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몰랐네', '되지 못하였네', '몰랐었네' 등의 각운은 시적 화자가 연탄과 같은 삶을 지향하겠다는 반어적인 다짐으로 보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 시는 나 아닌 누군가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라고 한다. 시적 화자는 연탄의 자기희생과 헌신성을 통하여 자신을 성찰해 나간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가 연탄처럼 이웃을 뜨겁게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연탄의 자기희생은 완전 연소에서 끝나지 않는다. 죽어서도 미끄러운 언덕길에 으깨어져서 길 가는 사람들이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길을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1990년대 격변기에 많은 사람들이 열사가 되고 감옥에 가고 밥줄이 끊기기도 했었다. 자신을 연소시켜서 뜨겁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어냈던 것이다. 연탄처럼 자기 희생성을 발휘했던 것이다. 안 시인은 이런 90년대 민주화 운동기를 겪으면서 삶이란 나 아닌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거라며 시적 화자는 물론 독자에 까지 손을 내밀고 있는 것이다.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시인 도종환 의원(58·민주통합당)의 작품이 실린 중학교 국어과목 검정교과서의 수정·보완을 권고한 것과 관련, 작가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도종환(시인 /민주통합 국회의원)
도 의원이 부이사장을 지낸 진보 성향의 문인단체인 한국작가회의는 9일 '시인을 추방하지 말라'는 성명을 내고 "오늘날 시인이란 어떤 존재인지를 숙고하지 않을 수 없는 소식을 대하면서 허탈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고 유감을 표했다.
"수정·보완 권고서는 단순한 권고가 아니다. 이 사항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를 빌미로 합격을 취소할 수도 있는 강제성을 지닌 권고"라며 "다시 말해 도종환 시인의 작품을 교과서에서 빼지 않는다면 검정 승인을 취소하겠다는 엄포"라고 지적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특정 인물에 대한 편파적 인식을 가져올 수 있다", "시인이 정치인(국회의원)이므로 부적절하다" 등의 이유를 대고 있다.
그러나 한국작가회의는 "어떤 '편파적 인식'도 가능하지 않다"며 "도 시인이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만약 시인이 국회의원이 된 뒤에 정치적 목적을 지니고 쓴 시라면 충분히 이유가 되지만 교과서에 실리게 될 시들은 정치인 도종환 이전에 시인 도종환의 작품"이라고 반박했다.
"시인의 시를 교과서에서 추방하려는 시도는 시인을 추방하려는 시도와 결코 다르지 않다"며 "도 시인이 야당 국회의원이 아니었다 해도 만약 여당의 국회의원이었다 해도 이런 치졸한 이유를 들어 추방하려 했을 것인가"라고 비난했다.
"시인을 추방하는 사회는 가망이 없는 사회"라며 "만약 문제를 삼고 싶다면 도종환의 시 모두를 추방하라. 그의 책과 그의 글이 실린 것이라면 무엇이든 추방하라. 그런 무모한 시도를 감행한다면 우리 모두 그를 따라 시의 공화국으로 망명할 것"이라고 시를 쓰기도 했다.
이시영(63)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은 "현역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도 시인의 시가 실린 출판사에 공문을 보내 이를 모두 삭제할 것을 요구한 것은 '시계가 박정희 시대로 회귀하고 있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밖에 공지영(49)씨 등 문인들은 자신의 트위터에 1980년대 민주정의당 국회의원을 지낸 시인 김춘수(1922~2004)의 작품 '꽃'이 교과서에 그대로 실렸다는 것을 강조하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공격했다.
한국문인협회 등 보수성향의 문인 단체 역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판단이다.
앞서 교육과정평가원은 검정 심사를 통과한 중학교 국어 교과서 16종에 대한 수정·보완 의견을 출판사에 보내면서 이 가운데 도 의원의 시와 산문이 실린 8개 출판사 교과서에 도 의원의 시를 다른 시로 교체해 줄 것을 권고했다.
출판사가 평가원의 수정 권고에 이의가 있을 경우 이달 20일까지 '교과서 검정 이의신청 심사심의회'를 통해 심사 결과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교과서에 대한 최종 검정승인은 다음달 31일이다.
십자화과(十字花科 Brassicaceae)에 속하는 2년생초. 식물 전체에 별처럼 생긴 털이 나 있다. 줄기는 곧게 서며 키는 20㎝ 정도이고 줄기 밑에서 많은 가지가 나온다. 뿌리에서 나온 잎은 무리져서 방석처럼 넓게 퍼지며 줄기에서 나오는 잎은 어긋난다. 꽃은 노란색이며 4~6월에 줄기 끝에 모여 피고, 꽃잎과 꽃받침잎은 각각 4장씩이다. 열매는 길고 편평한 타원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