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정혁 기자] 변방에서 주류로, 한국영화 100여년만에 최고의 영예를 누리게 됐다. 주요 부문 7개 트로피 중에 2개를 한국이 가져가는 '기적'의 역사를 쓴 것.
28일(현지시각) 폐막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칸 국제영화제에서 두 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헤어질 결심'을 연출한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을, '브로커' 주연을 맡은 배우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제에서 박 감독은 세 번째, 송강호는 첫 수상이다.
박 감독은 2004년 '올드 보이'로 황금종려상 바로 다음 순위인 심사위원대상을 받았고, 2009년에는 박찬욱 감독이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거머쥔 바 있다.
송강호는 2007년 이창동 감독의 '밀양'(전도연 어우주연상 수상), 2009년에는 '박쥐'(박찬욱 감독 심사위원상 수상), 2019년 '기생충'(황금종려상 수상) 등으로 칸 레드카펫을 밟으며 이미 '칸의 남자'로 자타공인 인정을 받아온 대스타. 그러나 유독 배우 본인에게 주어지는 상과는 거리가 멀었는데, 이번에 그 한을 풀게 됐다.
한편 칸 국제영화제의 공식 부문에 처음 진출한 한국영화는 1984년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이두용 감독의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다.
하지만 16년이 지나서야 본 무대인 장편경쟁 부문에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이름을 올렸고, 당시 수상에 실패했던 임 감독은 2년 뒤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받았다.
이어 2007년에는 다시 이창동 감독의 '밀양'과 김기덕 감독의 '숨' 등 한국영화 두 편이 장편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렸으며, '밀양'의 주인공인 전도연은 한국배우로 처음으로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후에도 박찬욱 봉준호 이창동 홍상수 감독 등을 향한 칸 러브콜은 이어졌고 결국,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세계영화 무대에서 확실한 주류로 위상을 드높였다. 그리고 3년만에 또 다시 트로피 두개를 가져오는 쾌거를 이룩하게 된 것이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배우 송강호와 감독 박찬욱이 칸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과 감독상을 각각 수상했다. 송강호는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5회 칸영화제 시상식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송강호가 호명됐다.
무대에 오른 송강호는 불어로 "메르시 보꾸(대단히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 뒤 "너무너무 감사하고, 영광스럽다. 위대한 예술가 고레에다 감독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객석에 앉은 고레에다 감독은 엄지를 치켜들며, 그의 수상을 축하했다.
송강호는 "(함께 출연한) 강동원, 이지은, 이주영, 배두나 씨에게 깊은 감사와 영광을 나누고 싶다"면서 "같이 온 사랑하는 가족에게 큰 선물이 된 것 같다. 이 트로피의 영광을, 영원한 사랑을 바친다"고 했다.
송강호는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영화 <브로커>에서 강동원과 함께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아기를 훔쳐다 아이가 필요한 부부에게 판매하는 브로커 역을 맡았다.
<브로커>는 2018년 <어느 가족>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고레에다 감독의 첫 한국 영화로, 송강호를 비롯해 강동원, 이지은(아이유), 배두나, 이주영 등 한국 스타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으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한국 감독으로는 봉준호 감독에 이어 두 번째다.
박 감독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온 인류가 국경을 높이 올릴 때도 있었지만, 단일한 공포와 근심을 공유할 수 있었다"며 "영화와 극장에 손님이 끊어지는 시기가 있었지만, 그만큼 극장이라는 곳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우리 모두가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 역병을 이겨낼 희망과 힘을 가진 것처럼 우리 영화도, 우리 영화인들도 영화관을 지키면서 영화를 영원히 지켜내리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영화를 만드는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은 CJ ENM과 이미경 CJ 부회장, 정서경 각본가를 비롯한 많은 크루(제작진)에게 감사를 표한다"면서 "무엇보다도 박해일 그리고 탕웨이, 두 사람에게 보내는 저의 사랑은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고 했다.
박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올드보이>(2004),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박쥐>(2009), 벌칸상을 탄 <아가씨>(2016)에 이은 네 번째 칸 입성작이다. 이로써 박 감독은 칸 입성 18년 만에 감독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헤어질 결심>은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박해일 분)가 사망자의 아내(탕웨이 분)에게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벌어지는 멜로 스릴러로, 촘촘한 심리 묘사를 통한 독특한 사랑 이야기를 보여준다.
송강호와 박찬욱은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를 시작으로 <복수는 나의 것>(2002), <박쥐>(2009) 등의 작품에서 잇따라 호흡을 맞췄다. 특히 <박쥐>는 제62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함께 레드카펫을 밟았으며, 작품은 심사위원상까지 받았다.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는 데뷔 영화에 주는 황금카메라상 수상이 불발됐다. 단편 경쟁 부문에 오른 문수진 감독의 애니메이션 <각질>도 수상에는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