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장면 미리 다 그려놓는 감독… "봉준호는 사랑스러운 괴짜"
입력 2019.05.27 03:00
[오늘의 세상]
각본부터 촬영까지 남과 다르다… 봉준호 감독과 그만의 영화세계
"봉준호 감독 머릿속엔 완벽한 편집본이 이미 들어 있다. 찍고 편집하는 게 아니라, 머릿속 편집본대로 찍는다. 집을 지으면서 '못 한 포대 달라'고 하는 게 아니라 '못이 53개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급이 다른 천재다." 배우 크리스 에번스가 봉준호와 '설국열차'를 찍고 나서 한 말이다.
올해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과 일해본 사람들은 "남과 다른 방식으로 그리고 쓰고 찍고 편집해 영화를 완성한다"고 입을 모은다. 봉 감독이 영화 '플란다스의 개'에서 '기생충'에 이르기까지 색채 강렬한 작가주의 영화를 만들면서도, 흥행도 놓치지 않는 작품을 연달아 내놓는 것도 이런 남다름 덕분이란 얘기다.
◇급이 다른 이상한 천재
"네, 전 장르 영화를 찍습니다. 다만 좀 이상하게 만들죠. 정해진 규칙을 잘 따르지 않고, 따르지 않는 규칙 틈바구니로 제가 생각하는 사회문제 같은 걸 끼워 넣죠." 23일(현지 시각) 칸영화제에서 열린 '기생충' 기자회견에서 봉준호는 말했다.
◇급이 다른 이상한 천재
"네, 전 장르 영화를 찍습니다. 다만 좀 이상하게 만들죠. 정해진 규칙을 잘 따르지 않고, 따르지 않는 규칙 틈바구니로 제가 생각하는 사회문제 같은 걸 끼워 넣죠." 23일(현지 시각) 칸영화제에서 열린 '기생충' 기자회견에서 봉준호는 말했다.
'이상하다'는 단어만큼 봉준호를 정의하는 말도 없다. 일단 작품 구상에만 몇 년씩 걸린다. '기생충'은 기본 골격과 캐릭터 구축에만 5년 넘게 걸렸다. "2013년 '설국열차' 후반 작업을 할 때 구상하기 시작했다. 계층 갈등을 수직 이미지로 나타내보고 싶었다. 빛도 안 드는 어둡고 습한 지하와 볕이 넘실대는 주택을 대비해서 보여주겠다는 생각을 그때 처음 했다."
봉준호는 연출뿐 아니라 직접 각본을 쓰고 콘티를 그린다. 각본의 모든 장면을 그려 만화책처럼 만든 뒤 배우들에게 보여주고 "여기 서서 이렇게 움직이면 된다"는 식의 정보를 정확히 준다. '옥자'를 함께 찍은 영국 배우 릴리 콜린스는 "봉준호는 사랑스러운 괴짜 천재"라고 했다. '모든 디테일을 신경 쓴다'는 뜻의 별명 '봉테일'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글과 그림에 능한 집안 내력이 봉준호 특유의 연출 방식을 낳았다는 말도 있다. 외할아버지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쓴 박태원(1909~1986)이다. 아버지 봉상균(작고)은 우리나라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로 한국디자인트렌드학회 이사장을 지냈다.
◇불안과 공포를 포착하는 눈
봉준호는 스스로를 "너무 소심해 사회생활도 제대로 못 할 것 같던 아이"였다고 했다. 이런 소심함이 집에 틀어박혀 TV 영화를 밤새 보며 감독의 꿈을 꾸는 소년으로 키웠다. 촬영장에선 '젠틀맨' 소리를 듣는다. '기생충'을 제작한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는 "촬영 현장에서 봉 감독이 화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세계적 촬영 감독 다리우스 콘지는 "대단한 설득력을 갖춘 이야기꾼인 동시에 독재자가 아닌 리더다. 군주로 치면 성군, 장수로 치면 덕장이며 지장"이라고 했다.
남들보다 유난히 사회 밑바닥에 깔린 불안과 공포를 포착하는 눈도 지녔다.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공부한 그는 벌이가 좋지 않은 조감독 시절엔 결혼식 비디오를 찍거나 사다리차 같은 제품 사용설명 비디오를 찍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때 사회 시스템이 모두를 구제할 수 없다는 사실에 눈떴고, 이런 문제의식을 녹인 것이 봉준호표 작품이다.
봉준호는 연출뿐 아니라 직접 각본을 쓰고 콘티를 그린다. 각본의 모든 장면을 그려 만화책처럼 만든 뒤 배우들에게 보여주고 "여기 서서 이렇게 움직이면 된다"는 식의 정보를 정확히 준다. '옥자'를 함께 찍은 영국 배우 릴리 콜린스는 "봉준호는 사랑스러운 괴짜 천재"라고 했다. '모든 디테일을 신경 쓴다'는 뜻의 별명 '봉테일'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글과 그림에 능한 집안 내력이 봉준호 특유의 연출 방식을 낳았다는 말도 있다. 외할아버지가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을 쓴 박태원(1909~1986)이다. 아버지 봉상균(작고)은 우리나라 1세대 그래픽 디자이너로 한국디자인트렌드학회 이사장을 지냈다.
◇불안과 공포를 포착하는 눈
봉준호는 스스로를 "너무 소심해 사회생활도 제대로 못 할 것 같던 아이"였다고 했다. 이런 소심함이 집에 틀어박혀 TV 영화를 밤새 보며 감독의 꿈을 꾸는 소년으로 키웠다. 촬영장에선 '젠틀맨' 소리를 듣는다. '기생충'을 제작한 곽신애 바른손이앤에이 대표는 "촬영 현장에서 봉 감독이 화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세계적 촬영 감독 다리우스 콘지는 "대단한 설득력을 갖춘 이야기꾼인 동시에 독재자가 아닌 리더다. 군주로 치면 성군, 장수로 치면 덕장이며 지장"이라고 했다.
남들보다 유난히 사회 밑바닥에 깔린 불안과 공포를 포착하는 눈도 지녔다.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공부한 그는 벌이가 좋지 않은 조감독 시절엔 결혼식 비디오를 찍거나 사다리차 같은 제품 사용설명 비디오를 찍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때 사회 시스템이 모두를 구제할 수 없다는 사실에 눈떴고, 이런 문제의식을 녹인 것이 봉준호표 작품이다.
장편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는 흥행에 실패했지만 '살인의 추억'은 550만, '괴물' 1000만, '마더' 300만, '설국열차'는 935만명을 불러모았다. '기생충'은 192국에 팔리면서
역대 한국 영화 판매 1위 기록을 세웠다.
출국 전 기자회견에서 봉준호는 "워낙 한국적 상황을 그린 영화라 해외 반응이 어떨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수상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선 "엄살 좀 부려본 것"이라고 했다. "부자와 가난한 자, 가족 이야기가 나오는데 당연히 보편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엄살을 먼저 떨어줘야 반전이 생기는 것 아닌가?(웃음)"
출국 전 기자회견에서 봉준호는 "워낙 한국적 상황을 그린 영화라 해외 반응이 어떨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수상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선 "엄살 좀 부려본 것"이라고 했다. "부자와 가난한 자, 가족 이야기가 나오는데 당연히 보편성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엄살을 먼저 떨어줘야 반전이 생기는 것 아닌가?(웃음)"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27/201905270020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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