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된 계절
전 소 영
눈썹 짙어 사나운 장승의 형상을 닮아 갑니다
나의 심장 언저리에 화상으로 남은 사랑과
분출하지 못한 사화산의 잔여물을 어쩌지 못해
발광하는 내 육신의 마취제는 표독한 알코올입니다
군둥 내 나는 목숨을 이어가고자
하루살이처럼 최선을 다하여 세상을 강간하고
대가로 얻어 배를 불리운 건 저승사자의 손짓입니다
쥐똥나무 언저리에 서캐처럼 앉아 노는 회색빛 언어를
오늘도 시월이라는 이름으로 사형시키고
둥지로 돌아가는 길목에 또 한 번 알코올 중독으로
일탈하는 나는 살기 어린 시월의 달빛그림자로 스러집니다
전 소 영
월간 시사문단 시로 등단
한국시사문단작가협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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