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시인 도종환 의원(58·민주통합당)의 작품이 실린 중학교 국어과목 검정교과서의 수정·보완을 권고한 것과 관련, 작가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도종환(시인 /민주통합 국회의원)


도 의원이 부이사장을 지낸 진보 성향의 문인단체인 한국작가회의는 9일 '시인을 추방하지 말라'는 성명을 내고 "오늘날 시인이란 어떤 존재인지를 숙고하지 않을 수 없는 소식을 대하면서 허탈한 심정을 감출 수 없다"고 유감을 표했다.

"수정·보완 권고서는 단순한 권고가 아니다. 이 사항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를 빌미로 합격을 취소할 수도 있는 강제성을 지닌 권고"라며 "다시 말해 도종환 시인의 작품을 교과서에서 빼지 않는다면 검정 승인을 취소하겠다는 엄포"라고 지적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특정 인물에 대한 편파적 인식을 가져올 수 있다", "시인이 정치인(국회의원)이므로 부적절하다" 등의 이유를 대고 있다.

그러나 한국작가회의는 "어떤 '편파적 인식'도 가능하지 않다"며 "도 시인이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은 최근의 일이다. 만약 시인이 국회의원이 된 뒤에 정치적 목적을 지니고 쓴 시라면 충분히 이유가 되지만 교과서에 실리게 될 시들은 정치인 도종환 이전에 시인 도종환의 작품"이라고 반박했다.

"시인의 시를 교과서에서 추방하려는 시도는 시인을 추방하려는 시도와 결코 다르지 않다"며 "도 시인이 야당 국회의원이 아니었다 해도 만약 여당의 국회의원이었다 해도 이런 치졸한 이유를 들어 추방하려 했을 것인가"라고 비난했다.

"시인을 추방하는 사회는 가망이 없는 사회"라며 "만약 문제를 삼고 싶다면 도종환의 시 모두를 추방하라. 그의 책과 그의 글이 실린 것이라면 무엇이든 추방하라. 그런 무모한 시도를 감행한다면 우리 모두 그를 따라 시의 공화국으로 망명할 것"이라고 시를 쓰기도 했다.

이시영(63) 한국작가회의 이사장은 "현역 국회의원이라는 이유로 도 시인의 시가 실린 출판사에 공문을 보내 이를 모두 삭제할 것을 요구한 것은 '시계가 박정희 시대로 회귀하고 있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밖에 공지영(49)씨 등 문인들은 자신의 트위터에 1980년대
민주정의당 국회의원을 지낸 시인 김춘수(1922~2004)의 작품 '꽃'이 교과서에 그대로 실렸다는 것을 강조하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공격했다.

한국문인협회 등 보수성향의 문인 단체 역시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의 조치가 부당하다는 판단이다.

앞서 교육과정평가원은 검정 심사를 통과한 중학교 국어 교과서 16종에 대한 수정·보완 의견을 출판사에 보내면서 이 가운데 도 의원의 시와 산문이 실린 8개 출판사 교과서에 도 의원의 시를 다른 시로 교체해 줄 것을 권고했다.

출판사가 평가원의 수정 권고에 이의가 있을 경우 이달 20일까지 '교과서 검정 이의신청 심사심의회'를 통해 심사 결과에 대한 이의를 제기할 수 있다. 교과서에 대한 최종 검정승인은 다음달 31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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