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석강 해넘이 시인 /  곽미영           
    용광로에 뜨겁게 달구어진 
    커다란  해 덩어리를 
    겁도 없이  삼켜 버린 바다를 만났네 
    뜨거워, 너무 뜨거워
    붉은 피 토해내며 출렁이는 바다
    저 처절한 저 몸부림
    내장이 다 타 버리는 고통
    참다 못 한 바다는 
    주정뱅이처럼 비틀대며 파도를 끌고 멀리 달아나고 
    휑하니 타다가 남은 맨살,  검고 딱딱하네
    불덩어리를 삼켜
    그 속 숯덩이가 되어도 좋을 
    그런 뜨거운 사랑 아름답다며
    바다가 끌고 달아나 버린 파도를 쫓아 
    나는 그 아픈 맨살을 밟고 걸어가네  
    

 

영월 '청룡포' 나룻강변에 세워진 왕방연의 시조비에서-2009.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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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여슬프거든 ♡
이별이 슬픈 건
 
이별이 슬픈 건 헤어짐의 순간이 아닌 그 뒤에 찾아올 혼자만의 시간 때문이다 이별이 두려운 건 영영 남이 된다는 것이 아닌 그 너머에 깃든 그 사람의 여운 때문이다 이별이 괴로운 건 한 사람을 볼 수 없음이 아닌 온통 하나뿐인 그 사람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이별이 참기 어려운 건 한 사람을 그리워해야 함이 아닌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그 사람을 지워야 함 때문이다 이별이 아쉬운 건 한 사람을 곁에 둘 수 없음이 아닌 다시는 그 사람을 볼 수 없음 때문이다 이별이 후회스러운 건 한 사람을 떠나 보내서가 아닌 그 사람을 너무도 사랑했음 때문이다 이별이 가슴 아픈 건 사랑이 깨져버림이 아닌 한 사람을 두고두고 조금씩 잊어야 함 때문이다
출처 : 까치세상
글쓴이 : 까치.김정선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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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 소 화

                - 이  정

 

앙큼한 붉은 태양

뜨거운 햇살에

더욱 커지고

 

타오르는 정열은

주체를 못해

덩굴을 탄다

 

화려한 꿈은

태양 아래서

활활 시나브로

저리 독이 오르고

 

마음에 품은 비수

살포시 감추어 두고

온몸은 광기에 젖어

붉은 빛 피를 토하네

 

 

이 정 (시인)/ 계간 '한국작가'로 등단 / 성남문협 회원, '한국작가' 동인회 사무국장

경기신인문학상, 노동문화예술제 우수상(시) 외 다수

시집 ' 자색 목도리/ 꽃으로 살라시면/ 나이테'

 

김성태. 이 정 

드라마 이산 주제곡 '약속' -노래 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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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개비꽃

               - 한새빛

 

오래도록 잊고 있었다

 

쇠뜨기랑 어울려

무성했지만

귀티나는 모습에 눈길 멈추고

다른 이름으로 부르길

더 좋아했던,

 

달래강 건너

역전동을 지나

교현동에 이르면

여덟살 때 살던

느티나무 그늘 좋은

우리집 도랑가에 피어나던

자그맣고 파란,

아무렇지 않게 따서

물고 다니던 그 꽃,

 

아직도 거기 피어 있을까

 

 

                         깃발                                                                                                

 

눈빛 흐려질 때나

가슴 벅차 환호 지를 때

바라보아라


나를 입어

행복할 수 있다면

옷이 되어도 좋고

두건이 되어도 좋아


고개를 들라

내 속에는 네가 있어

몸이 부서지도록

널 부둥켜안고

기쁨으로 펄럭일 테니

 

한새빛/ 시인. 충북 충주 출생. 성남문협 회원 . 경기문협 회장. '문학시대' 동인대표. 계간 '한국작가' 상임운영이사.

국제P.E.N.클럽 회원. 성남문학상, 경기도문학상 수상 외

 

한새빛. 김성태 -'부안' 2008 성남예술인 세미나에서

 

 

 

25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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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합문예지 '한국작가' 제18회 신인작품(수필) 당선작

 

                                                           야루장 강 유감(有感)


                                                                                                                  김성태(金聖泰)

 압록강 철교 아래는 여름 장마에 불어난 강물이 무서운 굉음으로 소용돌이를 치며 흘렀다. 

 순식간에 교각을 씹어 삼킬 기세로 달려들어 휩싸고 맴돌다가 쏜살같이 하구로 줄행랑을 치는 물줄기.

거대하게 밀려와선 제압할 수 없는 위력으로 얕은 물거품 따위는 금세 삼켜버린다.

 하나같이 눈알을 부라리며 아시바 소총을 겨눈 중공군의 인해가 부조된 승전 기념탑에서 압록강 철교는 시작되고 있었다.

 해발 2500미터의 백두산 수원에서 출발하여 790킬로미터를 내달려 평안북도 신의주와 중국의 단동을 어우르듯 서조선만으로 흘러가는 것이 압록강이다.

 

중화인민공화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 소통하여 유일하게 경인선으로 이어진 총연장 940미터의 압록강 철교.

  장마가 걷힌 8월 한낮의 태양이 철교난간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손등으로 햇볕을 가리고, 목 줄기와 겨드랑이로 흐르는 땀방울을 연방 찍어냈다. 조심스레 발작을 옮겨 더 이상은 갈 수 없는 끊어진 철교 끝에 이르렀다.

  철교는 폭격으로 형용할 수 없게 얽히고 찌그러져 동강 나 있었고, 그 가운데 보기도 섬뜩한 로켓 포탄이 박혀 있었다.

자로 재기라도 하듯 철교 반쪽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12개의 교각 중 북한 쪽 6개의 교각만이 쓸려가는 강물 위에 흉물스런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렇잖아도 몸이 시원치 않았는데 갑자기 심한 두통과 현기증이 몰려았다. 나도 모르게  철교난간을 움켜잡고 가까스로 몸을 지탱했다.

혼미한 상태에서도 그대로 쓰러지면 건강물에 휩쓸릴 게 뻔한 이치였다. 순간, 두려움에 더는 지체할 수 없어 가이드의 부축을 받으며 서둘러 철교를 떠났다.

 눈을 떴을 때는 퀴퀴한 냄새가 진동하고 곰팡이 얼룩이 벽면 곳곳에 번져있는 병실이 눈앞에 들어왔다.  팔목에는 주사기가 곱혀 있고 맹물 같은 의심이 드는 커다란 링거 약병이 머리 위에 매달려 있었다.

 선풍기 앞에서도 숨을 몰아쉬며 헉헉대는 약체주제에 중국 무순에서 열리는 조선족 민속축전 초청장을 썩힐 수 없어 집을 나선 것이 잘못이었다. 더구나 압록강 관광을 선택힌 것은 잘못이었다.

 병실문이 열리는가 싶더니 언제 빨았는지도 모를 꼬질 하고 구겨진 가운을  걸치고 달마상 얼굴을 닮은 중국인이 들어와 목청을 돋워 뭐라 한마디 던졌다. 중국말은 한마디도 모르나 치료가 끝났으니 나가도 좋다는 말인 듯싶었다.

 병원을 나서니 바로 지척인 압록강변에 저녁노을이 깔리고 있었다.

“ 햇쌀이 선생님 머리를 팍 내리 꽂혔답네다” 심양에서 동행한 조선족 처녀 가이드가 의사 말을 통역한 듯  퉁명스레 말을했다. 그 가이드는 연변이 고향인데 4년째 서울 대방동에서 주방용 고무장갑 만드는 공장에 불법취업해서 병든 아버지 약값을 송금하는 어머니를 만나러 한국에 가고 싶다고 했다.  심양까지 4시간은 족히 걸려야 도착하니 오늘밤 직장인 노래방 도우미는 공쳤다고 불만인가 보았다.

 집을 나설때는 사진첩에서 보았던 그림같은 압록강 철교와 강물위로 비친 노을과 건널 수 없는 북녘 강변을 가까이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에 한것 마음이 부풀었다.

그리고 월드컵 축구경기 때 보았던 북한의 아리따운 응원단 아가씨도 한 명쯤은 만나 얘기라도 나누게 될지도 모른다는 상상도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렇게 먼 길을 마음 설레며 달려와 막상 철교 위에서 마주한 실망스런 압록강과의 짧은 만남은 동경하듯 밤잠을 설치며 기대했던것과는 너무도 먼 거리의 실체였다.

몸은 깡그리 뭉개지고 이겨진 채로, 팔다리는 동강이 나서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이 피 흘리는 한반도의 얼굴을 만난 것이다.

철교가 잘려나간 치유하기 힘든 단절된 철교 끝에 매달려 발버둥치는 민족의 모습을 다시한번 확인했을 뿐이다.

 압록강 철교는 일본이 대륙진출의 야욕으로 100년 전에 한반도와 만주를 잇는 철교를 건설하고, 러일 전쟁에는 일본군과 러시아군이, 6.25전쟁에는 국제 연합군과 중공, 소련, 북조선군이 전투를 벌였던 현장이다.

 미군의 공중폭격으로 파괴된 상태로 남, 북 분단의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고스란히 멍에로 지고 있는 반쪽짜리 단교는 역사의 현장으로 남아 압록강에 세월을 묻고 있었다

  북한 강변엔 녹슬고 흉물스런 북조선 폐선 몇 척이 안간힘을 쓰듯 강물에 요동치며 매달려 있고, 허리 굽혀 삽질하듯 작업하는 북한 병사들 머리 위로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붉은 현수막이 노을빛에 더욱 붉게 물들어 시선을 끌고 있었다.

 가이드의 부축을 받으며 차량을 향해 몽롱한 상태로 비척이며 발길을 옮겼다.  압록강 유람선 선착장을 떠나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장고를 멘 북한 아가씨의 웃는 모습이 그려진 ‘아리랑식당’ 간판을 끼고 모퉁이를 돌아서려는 순간,  노을을 이고 북한 쪽 강변에서 손짓하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모습이 어슴푸레 시야에 들어오며 

 신줏단지 모시듯 족보를 머리맡에 놓고 운명하는 순간까지 두고 온 고향땅을 밟아보는 것이 소원이셨던 할아버지의 모습이 떠올랐다. 

 두부장사로 온 식구의 생계를 이어가다 기력이 다해 병들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통일만 되었으면 이 지경은 안됐다며 목멘 한숨을 토하던 부농의 맏이였던 아버지도, 지금쯤은 모두 고향땅에 가셨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골백번도 더 목청을 곤두세우고 불렀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가르쳐 주었던 초등학교 담임선생은 지금도 통일이 되려면 이 노래를 불러야 한다고 했을까. 음절도, 가사도 생각나지 않는 사기당한것 같은 노래를 이제는 잊을 때가 됨직도 한데 주절대는 자신이 한심하기까지 하다.

 

가이드가 툭하고 나를 향해 한마디 쏘아댔다.  “싸나이가 뭣 땜에 눈물임네까, 이제 야루장 강엔 다시 오지 마시라요!”

 여장을 풀어놓은 심양 서탑 거리에 있는 호텔을 향해 떠나는 흐린 차창 밖으로 단동 쪽 교각만 조명이 켜진 압록강 철교가 어둠 속에 묻혀지며 멀어져 갔다. 어저면 내 감정도 그렇게 다스려질 수밖에 없는 것이 분단조국의 현실이 아닌가 싶다.  (끝)                 

 

                         * 종합문예지 '한국작가' 2009 봄호/ 제19호 243페이지에 수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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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1. 16~17. 충주 유스호스텔에서 계간 문학잡지 '한국작가'(발행인 김건중)가 주최하는 워크샵에 참석해서

문인들과 1박을 함께하며 그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접하는 기회를 가졌다.

문인들의 궁극적 바램과 귀착지는 아무래도 좋은 글을 쓰는 것이고,

 나아가 자신의 문학작품이 독자에게 감동을 주어 오래도록 사랑받고 기억되는 작품을 남기는 일이다.

그들과의 조우는 한편으로 문단 흐름과 계파간의 기득권적 간격을 간파해 보는 일면도 없지 않았다.

                                                                                                       09.1.17.  - 징소리 김성태-

 

'한국작가' 김건중 (한국문협 부이사장) 편집인이 회원을 소개하고 있다.

 

김진동 시인의 시낭송 

문화정책 현상과 동향에 대한 소견 - 김성태 

참석자 일부와 기념촬영 

'한국작가' 이규석(수필) 동문회장과

워크샵이 열린 충주유스호스텔에서 내려다 본 충주호 전경 

 

워크샵 후 KBS촬영장을 산책한 성남문협 회원들과 산책-09.1.17. 문경 왕건 드라마 셑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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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
 
 
 
 
 
 
circle09_green.gif 가마귀 싸호는 골에 (정몽주 어머니)
 
 
 
 
 
 
 
 
 [자]
 
 
 
 
 
 
 
 
 
 
 
 [차]
 
 
 
 
 
 
 
 [나]
 
 
 
 
 
 
 
 
 
 
 
 
 
 
 
 
 
 
 
 
 
 
 [타]
 [다]
 
 
 [파]
 
 
 
 
 
 
 
 
 [마]
 [하]
 
 
 
 
 
 
 [바]
 
 
 
 
 
 
 
 
 
 
 
 
 
 
 
 
 [사]
 [지은이 미상]
 
 
 
 
 
 
 
 
 
 
 
 
 
 
 
 
 
 
 [아]
 
 
 
 
 
 
circle09_green.gif 어부가(漁夫歌) (이현보)
 
 
 
 
 
 
circle09_green.gif 어져 내 일이야 (황진이)
 
 
 
 
 
 
circle09_green.gif 오륜가 (주세붕)
 
 
출처 : 자연속의 쉼터
글쓴이 : 산과벗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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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소리

-조지훈

바람 속에서 鐘이 운다.
아니 머리 속에서 누가 종을 친다.

落葉이 흩날린다.
꽃조개가 모래밭에 딩군다.
사람과 새짐승과 푸나무가 서로 목숨을 바꾸는 저자가 선다.

사나이가 배꼽을 내놓고 앉아 칼 자루에 무슨 꿈을 彫刻한다.
계집의 징그러운 裸體가 나뭇가지를 기어오른다.
혓바닥이 날름거린다.
꽃같이 웃는다.

劇場도 觀衆도 없는데 頭蓋骨 안에는 悽慘한 悲劇이 無時로 上演된다.
붉은 慾情이 겨룬다.
검은 殺戮이 찌른다.
노오란 運命이 덮는다.
천둥 霹靂이 친다.
아…….

그 原始의 悲劇의 幕을 올리라고 숨어 앉아 몰래 징을 울리는 者는 대체 누구냐.

울지 말아라 울리지 말아라
깊은 밤에 구슬픈 징소리.
아니 百晝 대낮에 눈먼 鐘소리.

징 소리
-----조 유리

힘껏 중심을 내리쳤을 뿐인데
가장자리를 향해 달음질치는 깊고도
긴 울음, 울음의 파장은 마비된 한 쪽
팔을 타고 온 몸으로 둥글게 번져 나간다

징이 울고 간 자리에 둥근 우물이 파였다
먼 길 걸어 온 슬픔 같은 파문이 물
가장자리를 향해 메아리처럼 길게 울리다 내게
다시 되돌아온다

어떤 슬픔도 제 몸에 낱낱이 새긴 후에야
깊이를 잴 수 없는 무게로 가라앉는다는 것을

되돌아오는 울음의 무늬를 만져본다 아득한 곳에서
속울음에 지친 소리의 물결이 간신히
손끝에 닿아온다 문득, 누군가의
수심 깊은 뼈마디를 울컹 짚어 주고 싶어진다

그러면 시퍼렇게 멍든 우물이
두렛줄을 내려 오래 꺼지지 않을 것 같은
슬픔의 진동을 잠재워 줄까

멀리서부터 서서히 긴 울음이 걷히고
소리가 닫히고, 고요가 둥그렇게 내
허리를 두르던 날이었다

 

 

 

 

징소리 -  김행숙

                                                                                                                 

                                                   저무는 바다는 빛나는 은색이다

                                                   숨막히던 여름 어디쯤

                                                   수평선 지나간 공간 위로

                                                   나직나직 나는 물새들 날개짓


                                                   동명항에서 쏘아올린 폭죽이

                                                   별똥별로 쏟아져 내리는 밤

                                                   거리엔 설악문화제 현수막

                                                   구름 위 단풍산이 벽보로 떠 있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하는 건

                                                   酸化되는 것들의 아름다움

                                                   내 안의 초록을 몽땅 비워내고

                                                   한 잎의 단풍으로 물들고 싶어


                                                    검푸르게 가라앉는 바다

                                                    둥싯, 달이 떠오르는 어둠 너머로

                                                    멀어질듯 가까워지는

                                                    사물놀이패의 징소리 꽹과리 소리

                                                    나는 아직도 멀었는가 저 징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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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나를 떠날 때

 

 

울지 마시게


여보게
외로운 것이 어찌 자네뿐이겠나
외롭다는 것이 얼마였으면
어느 시인이 하느님께서도
때로는 외로움에
울고 계시지 않는가 하겠는가


함보시게 우리를 비추는 해도
하루에서 반은 즐거움이었다면
밤에는 외로움이 아니겠는가

어디 그뿐인가
자네가 보는 그 꽃도
새벽이면 차가운 품 서리를
맞고 피고 있다는 사실일세

바람 또한 얼마나 외로움이면
나뭇잎을 저리도 흔들겠는가
울지 마시게
 

- 受天 김 용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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