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獨작가 뮐러 “수상자는 내 작품들”

헤럴드경제 | 입력 2009.10.09 07:

2009년 노벨 문학상은 루마니아 태생의 독일 여성 작가 헤르타 뮐러(56)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한림원은 8일 뮐러가 '저지대'(Lowlands) 등의 작품을 통해 "응축된 시정과 산문의 진솔함으로 추방자들의 모습을 묘사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뮐러는 8일 수상 소식에 "깜짝 놀랐고 믿어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뮐러는 이날 베를린에서 많은 취재진이 몰려든 가운데 기자회견을 갖고 노벨문학상을 받게 됐다는 사실을 아직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웨덴 한림원에서 수장자로 선정됐다는 전화를 받은 뒤 기자들의 방문이나 통화를 일절 거부한 채 베를린의 자택 안에 틀어박혀 있었다고 전했다.

뮐러는 "수상을 실감하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스스로도 (수상자는) 나 자신이 아니라 존재감을 갖고 있는 내 책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들 책이 노벨상을 받은 실제 '사람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루마니아 독재자 니콜라스 차우세스쿠 치하에서 보낸 30년간의 세월로부터 영감을 받아 쓴 소설과 단편, 시들이 모든 독재체제에 대한 목격자로서 자신을 체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뮐러는 "여러분은 나치 치하와 집단수용소, 군사독재, 일부 이슬람국가의 종교적 독재를 떠올릴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그들로부터 억압을 당했으며 많은 생명이 파멸당했다"고 지적했다. 뮐러는 1953년 루마니아 서부 바나트의 독일인 소수민족 마을에서 태어났으며 그의 아버지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친위대로 끌려갔고 어머니는 1945년 루마니아 공산 정권에 의해 루마니아 내 다른 독일인들과 함께 소련의 강제수용소로 보내져 5년간 생활해야 했다. 1973년부터 76년까지 티미쇼아라의 대학에서 독일 문학과 루마니아 문학을 전공한 뮐러는 당시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이 차우세스쿠에 맞서 표현의 자유를 주장했던 젊은 독일인 작가 모임의 일원으로 활동했다. 졸업 후 한 공장에서 통역사로 일했던 그는 루마니아 비밀경찰의 정보원으로 활동하라는 당국의 명령을 거부하다 해고된 뒤 줄곧 비밀경찰의 탄압을 받아야 했다.

뮐러는 1982년 단편소설집 '저지대'로 등단했으나 당시 이 작품은 독재 정권의 검열을 거친 뒤에야 출간됐다. 이후 1984년 검열을 거치지 않은 무삭제본이 독일로 반출돼 출간됐으며 루마니아의 한 작은 독일인 마을 주민들의 고단한 삶을 그린 이 작품은 당시 독일 독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뮐러는 이어 '우울한 탱고'(Oppressive Tango)라는 작품도 출간했으나 이후 루마니아 독재 정권과 비밀경찰을 공공연하게 비판했다는 이유로 그의 작품들은 루마니아에서 출판이 금지됐다.

뮐러는 루마니아의 차우세스쿠 정권이 붕괴되기 2년전이던 1987년 루마니아 비밀경찰을 피해 남편과 함께 독일로 이주했다. 뮐러의 작품들은 대부분 독일어로 씌어졌으나 '여권'(The Passport), '청매실의땅'(The Land of Green Plums), '외다리 여행자'(Travelling on one Leg), '약속'(The Appointment) 등 일부 작품들은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로도 번역됐다.

스웨덴 한림원의 종신 서기인 페터 엥글룬트는 "그의 작품에는 놀라운 힘이 있고 그는 매우 독특한 스타일의 소유자"라며 "소설 반 페이지만 읽고도 바로 그것이 헤르타 뮐러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뮐러는 독일 작가로는 1999년 귄터 그라스에 이어 10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이며 여성 작가로는 2007년 도리스 레싱에 이어 12번째 수상자다. 지난해 수상자였던 프랑스 소설가 장마리 귀스타브 르클레지오에 이어 올해 수상자로 선정된 뮐러에게는 1000만 스웨덴크로네(140만달러)의 상금이 수여되며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다.

헤럴드생생뉴스( online@heraldm.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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