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성 풀 이

                  - 장렬-   

사랑하는 님이여

내 사랑하는 님이시여

흔들리는 땅의 풀잎처럼

그렇게 몸을 떨며 흐느끼는

저 깊은 숲 산새들의 절규를 들으소서.


사랑하는 님이여

당신이 이땅의 흙과 돌을 다져 城을 쌓고

아무도 넘볼 수 없는

결코 무너지지 않고

다시 깨어지지 않을

山城만큼이나 높이 충정을 쌓아

그 위에 이조의 깃발을 달고

천천년을 평안케 약속된 땅을 지키고자 하였거늘,


님의 뜻 다 못 푸시고

님의 뜻 못 다 이루시고

군신의 제물로 몸받친 님이시여

머리털 하나 흐트림 없이

그림자까지 챙겨가신 당신 앞에

무릎꿇고 정한수 올리오니

타는목 축이소서, 마른목 축이소서


살을 찢으며 뼈를 태우며

육신의 마디마디를 꾾어도

되 도리킬 수 없는 비통함이여

한 마리 새가되어 승천한

당신의 여한 앞에

나 또한 파랑새되어 날아 오르리라.


바위는 밑으로 굴러

저 아래로 굴러떨어져

몸을 부수고

밤이면 더욱

크게 울리는 북소리

그것은 장심을 파고드는 바람

바람에 몸 절며

지아비를 부르는 목이메인 산울림

빛으로도 뚫을 수 없는 靑天에 닿으리라

구천리 길은 멀고

먼길을 걸어서 걸어서 당신 앞에

한점 구름으로 서리라


성벽 돌부리 넝쿨마다

이끼되어 핀 핏물자욱

손 끝에 와 닿을듯 가까이 더 가까이

구름꽃으로 피어난

이조의 한이여, 님의 충정이여,

이제는 돌아와 무성히 자란 숲과

이맑은 계곡

그 그늘에 편히 쉬소서

아직도 님의 몫으로 남아 있는

뜨거운 이 가슴에 깊이 들어와 안식하소서.

 

             -1985년 성남무용협회 창립공연 정금란 안무/ 김성태 작의, 창작무용'산성풀이' 를 의뢰받아 시인 장렬이 서시를 쓰다.

 

 

 

  인조2년(1624년) 동남쪽 축성을 경고히 쌓느라고 완공기일을 넘긴 '이회'는 공사비를 횡령했다는 간신들의 모략으로 억울하게 참수를 당한다. 공사비를 모금하여 산성으로 돌아오던 이회 부인 '송씨'는 남편의 참형소식을 듣고 한강 나루터에서 자결한다. 이후 전쟁이 끝나고 남문쪽 성곽이 견고하여 함몰되지 않고 산세가 험하여 축성이 늦었을뿐 공사비를 축낸 사실이 없음이 밝혀져 이들의 죽음을 안타깝게 여긴 조정은 이곳에 이회와 부인송씨의 넋을 추모하는 사당을 세우고 '청량당'(경기도유형문화재 제3호)이라 칭하여  그들의 애국충정과 애뜻한 부부사랑을 후대까지 전하고 있다.        

                                           - 07.10.10. 남한산성 '청량당' 담벽에서...김성태.-

 

                         * 정금란 안무 작 '산성풀이, 공연 중 장면

 

 

'산성풀이'

* ( 정금란이 남한산성에 얽힌 애환을 무용화하기 위한 작업으로 시인 '장렬'에게 의뢰하여  산성테-마 시'산성풀이'를 탄생,

1985. 9. 13. 성남무용협회 창립공연에서 첫 무대공연을 하였고, 이후 1993. 10. 16. 제8회 '성남무용제'에 다시 무대에 올려 공연했다.

정금란은  남한산성의 역사와 설화를 테마로 무용극화 작업에 늘 관심을 가졌고,  '산성풀이' 재안무를 기획하는 등,  각별한 애착이 있었으나

투병으로 성사되지 못하고 그녀의 마지막 기획, 연출 공연이 된 제8회 성남무용제에 자신의 마지막 춤판을 예견한듯

  '승무'와 '산성풀이'를 재현하고 지병이 악회되어 1994. 6. 18일 작고하여 아쉽게도 '산성풀이, 무용극 창작안무의 바램을 이루지 못하고 말았다. -글,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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