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소리
-조지훈
바람 속에서 鐘이 운다.
아니 머리 속에서 누가 종을 친다.
落葉이 흩날린다.
꽃조개가 모래밭에 딩군다.
사람과 새짐승과 푸나무가 서로 목숨을 바꾸는 저자가 선다.
사나이가 배꼽을 내놓고 앉아 칼 자루에 무슨 꿈을 彫刻한다.
계집의 징그러운 裸體가 나뭇가지를 기어오른다.
혓바닥이 날름거린다.
꽃같이 웃는다.
劇場도 觀衆도 없는데 頭蓋骨 안에는 悽慘한 悲劇이 無時로 上演된다.
붉은 慾情이 겨룬다.
검은 殺戮이 찌른다.
노오란 運命이 덮는다.
천둥 霹靂이 친다.
아…….
그 原始의 悲劇의 幕을 올리라고 숨어 앉아 몰래 징을 울리는 者는 대체 누구냐.
울지 말아라 울리지 말아라
깊은 밤에 구슬픈 징소리.
아니 百晝 대낮에 눈먼 鐘소리.
징 소리
-----조 유리
힘껏 중심을 내리쳤을 뿐인데
가장자리를 향해 달음질치는 깊고도
긴 울음, 울음의 파장은 마비된 한 쪽
팔을 타고 온 몸으로 둥글게 번져 나간다
징이 울고 간 자리에 둥근 우물이 파였다
먼 길 걸어 온 슬픔 같은 파문이 물
가장자리를 향해 메아리처럼 길게 울리다 내게
다시 되돌아온다
어떤 슬픔도 제 몸에 낱낱이 새긴 후에야
깊이를 잴 수 없는 무게로 가라앉는다는 것을
되돌아오는 울음의 무늬를 만져본다 아득한 곳에서
속울음에 지친 소리의 물결이 간신히
손끝에 닿아온다 문득, 누군가의
수심 깊은 뼈마디를 울컹 짚어 주고 싶어진다
그러면 시퍼렇게 멍든 우물이
두렛줄을 내려 오래 꺼지지 않을 것 같은
슬픔의 진동을 잠재워 줄까
멀리서부터 서서히 긴 울음이 걷히고
소리가 닫히고, 고요가 둥그렇게 내
허리를 두르던 날이었다
징소리 - 김행숙
저무는 바다는 빛나는 은색이다
숨막히던 여름 어디쯤
수평선 지나간 공간 위로
나직나직 나는 물새들 날개짓
동명항에서 쏘아올린 폭죽이
별똥별로 쏟아져 내리는 밤
거리엔 설악문화제 현수막
구름 위 단풍산이 벽보로 떠 있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하는 건
酸化되는 것들의 아름다움
내 안의 초록을 몽땅 비워내고
한 잎의 단풍으로 물들고 싶어
검푸르게 가라앉는 바다
둥싯, 달이 떠오르는 어둠 너머로
멀어질듯 가까워지는
사물놀이패의 징소리 꽹과리 소리
나는 아직도 멀었는가 저 징소리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계간 '한국작가'회 워크샵 (0) | 2009.01.18 |
---|---|
[스크랩] 고시조 모음.. (0) | 2008.12.26 |
울지 마시게 / 김용오 (0) | 2008.08.30 |
나그네 - 박목월 (0) | 2008.07.05 |
낙화 - 조지훈 (0) | 2008.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