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그네

                      박목월

 

강(江)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南道) 삼백리(三百里)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 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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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 화

                                조지훈

꽃이 지기로서니
바람을 탓하랴


주렴 밖에 성긴 별이
하나 둘 스러지고

귀촉도 울음 뒤에
머언 산이 다가서다.

촛불을 꺼야 하리
꽃이 지는데

꽃 지는 그림자
뜰에 어리어

하이얀 미닫이가
우련 붉어라.

묻혀서 사는 이의
고운 마음을

아는 이 있을까
저어하노니

꽃이 지는 아침은
울고 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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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문 강에 사을 씻고

                                           정 희 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 1978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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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8, 경기 광주문협 시화전에서...08.6.15.

정차숙;시인. 광주문협 회원.

저서 <지귀나무 그 향기로 우는 나무에>,<미사리 시인들><더이상 채울 수 없는 그릇>등.-광주문학 10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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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6.15. -의정부

 

 

귀 천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좌 : 김성태. 한승희 - 2008. 6. 15.광주문협 시화전에서 -청석공원

 

      겨울이 오는 길목     

                                      한승희

 

안으로 안으로 잦아드는 강물이

갈대를  잡고 흔들었다

너는 떠나지 말라고

 

난 그런 강물을 뜯어 말리느라

흥건이 젖어버렸다

너도 그럼 흐르지 않을테냐고

 

거짓말처럼 너 떠나고

목이 길었던 그 자리에

눈이 내린다

 

부동의 자리에 서서 바람이

울컥, 떨어진 노래 위로

절름발이 이별을 준비한다

  

          -박해미-

나의 봄은 온통 환하게 피었다가

오도독이 비처럼 쏟아지는

벚꽃이다

 

길가에 하얗게 쌓인 꽃잎

누군가 밟고 가더라도

이맛살 찌푸리며

화낼 줄 모르는

어리석은 사랑

 

다 피기도 전에

눈물이 되어야 한다면

차라리 꽃이 되지 말지

 

살랑이는 바람 힌 겹에도

추락하는 하얀 그리움이여

 

나의 봄은 온통 환하게 피었다가

보삭보삭 눈처럼 내리는

벚꽃이다. 

      

                                                                                                        '광주문학'창간10주년기념호에서...

 

 

 제4회,광주예술제 광주문인협회 주관 '시화전' 관전. -07.10.5. 청석공원.

좌:.임금재(시인,수필가). 남궁원(경기예총 회장). 김성태(경예총 자문위원). 한상윤(광주문협 지부장).

양원종(광주예총 회장). 이재욱(시인,광주문협 고문). 이명우(광주문협 명예지부장) .

 

 

                                                                                                                        늦게핀사랑 TOO LATE  
 

   어째서 무엇이 이렇게

                                         -이성복-

 

 어째서 무엇이 이렇게 내 안에서 캄캄한가

옅은 하늘빛 옥빛 바다의 몸을 내 눈길이 쓰다듬는데

어떻게 내 몸에서 작은 물결이 더 작은 물결을 깨우는가

어째서 아주 오래 살았는데 자꾸만 유치해지는가

펑퍼짐한 마당바위처럼 꿈쩍 않는 바다를 보며

나는 자꾸 욕하고 싶어진다

어째서 무엇이 이렇게 내 안에서 캄캄해만 가는가

 

 

                                                                                                                                        (조성란. 인천공항에서 징소리 촬영)

 

 

 너를 만나러 가는 길

                               - 용 혜 원 -

나의 삶에서
너를 만남이 행복하다.

내 가슴에 새겨진
너의 흔적들은
이 세상에서 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것이다.

나의 삶의 길은
언제나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그리움으로 수놓는 길
이 길은 내 마지막 숨을 몰아쉴 때도
내가 사랑해야 할 길이다.

이 지상에서
내가 만난 가장 행복한 길
늘 가고 싶은 길은
너를 만나러 가는 길이다.

 

 

 

 

 

                                                                                    속초 '장사항'

                                                                                                          

 

 

겨울 파도 / 박우복


까닭 없는 서러움이 있다

먼 길 달려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부서지고 또 부서지고

나만 아는 쓸쓸함이 있다

그리움 안고
손을 내밀어도
부서지고 또 부서지고

말하지 못할 아쉬움도 있다

눈을 감으면
누구랑 꼭 닮은 뒷모습
부서지고 또 부서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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