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에 기차를 탈까보다 / 유승희


부슬부슬 눈개비가 흩뿌리는 날
노오란 우비를 입고
노오란 우산을 바쳐 들고
길을 나설까보다

허턱 나선 발길
기차를 탈까보다

희뿌연 창가에
어리비추는 그리운 얼굴
가다가다 내려선
하잔한 간이역이면 어떠랴

인정 뚝뚝 흐르는
웃음 가득한 역무원 아저씨
푸근함이 있으면 좋은 것을
함초롬히 젖은
들꽃 반기는 호젓한 길
그 끄트머리에
작은 호수 하나
있으면 더 좋겠다

빗방울 동그르르 물뱅뱅이 치는
호수가 벤치에 앉아
어디선가
그리운 이 불쑥 나타날 것만 같은

비 오는 날에 기차를 탈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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