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영화, 변방에서 주류로! 칸 영화제 주요 7개 트로피 중 2개를 품에…박찬욱·송강호 수상
기사입력 2022-05-29 08:43:19
[스포츠조선 이정혁 기자] 변방에서 주류로, 한국영화 100여년만에 최고의 영예를 누리게 됐다. 주요 부문 7개 트로피 중에 2개를 한국이 가져가는 '기적'의 역사를 쓴 것.
28일(현지시각) 폐막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칸 국제영화제에서 두 개의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헤어질 결심'을 연출한 박찬욱 감독이 감독상을, '브로커' 주연을 맡은 배우 송강호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이 영화제에서 박 감독은 세 번째, 송강호는 첫 수상이다.
박 감독은 2004년 '올드 보이'로 황금종려상 바로 다음 순위인 심사위원대상을 받았고, 2009년에는 박찬욱 감독이 '박쥐'로 심사위원상을 거머쥔 바 있다.
송강호는 2007년 이창동 감독의 '밀양'(전도연 어우주연상 수상), 2009년에는 '박쥐'(박찬욱 감독 심사위원상 수상), 2019년 '기생충'(황금종려상 수상) 등으로 칸 레드카펫을 밟으며 이미 '칸의 남자'로 자타공인 인정을 받아온 대스타. 그러나 유독 배우 본인에게 주어지는 상과는 거리가 멀었는데, 이번에 그 한을 풀게 됐다.
한편 칸 국제영화제의 공식 부문에 처음 진출한 한국영화는 1984년 주목할 만한 시선에 초청된 이두용 감독의 '여인잔혹사, 물레야 물레야'다.
하지만 16년이 지나서야 본 무대인 장편경쟁 부문에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이 이름을 올렸고, 당시 수상에 실패했던 임 감독은 2년 뒤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받았다.
이어 2007년에는 다시 이창동 감독의 '밀양'과 김기덕 감독의 '숨' 등 한국영화 두 편이 장편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렸으며, '밀양'의 주인공인 전도연은 한국배우로 처음으로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이후에도 박찬욱 봉준호 이창동 홍상수 감독 등을 향한 칸 러브콜은 이어졌고 결국, 2019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황금종려상을 받으면서 세계영화 무대에서 확실한 주류로 위상을 드높였다. 그리고 3년만에 또 다시 트로피 두개를 가져오는 쾌거를 이룩하게 된 것이다. 이정혁 기자 jjangga@sportschosun.com
배우 송강호와 감독 박찬욱이 칸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과 감독상을 각각 수상했다. 송강호는 한국 배우 최초로 남우주연상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제75회 칸영화제 시상식 남우주연상 수상자로 송강호가 호명됐다.
무대에 오른 송강호는 불어로 "메르시 보꾸(대단히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 뒤 "너무너무 감사하고, 영광스럽다. 위대한 예술가 고레에다 감독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객석에 앉은 고레에다 감독은 엄지를 치켜들며, 그의 수상을 축하했다.
송강호는 "(함께 출연한) 강동원, 이지은, 이주영, 배두나 씨에게 깊은 감사와 영광을 나누고 싶다"면서 "같이 온 사랑하는 가족에게 큰 선물이 된 것 같다. 이 트로피의 영광을, 영원한 사랑을 바친다"고 했다.
송강호는 일본의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연출한 영화 <브로커>에서 강동원과 함께 베이비 박스에 버려진 아기를 훔쳐다 아이가 필요한 부부에게 판매하는 브로커 역을 맡았다.
<브로커>는 2018년 <어느 가족>으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던 고레에다 감독의 첫 한국 영화로, 송강호를 비롯해 강동원, 이지은(아이유), 배두나, 이주영 등 한국 스타 배우들이 대거 출연했다.
박찬욱 감독은 <헤어질 결심>으로, 칸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했다. 한국 감독으로는 봉준호 감독에 이어 두 번째다.
박 감독은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온 인류가 국경을 높이 올릴 때도 있었지만, 단일한 공포와 근심을 공유할 수 있었다"며 "영화와 극장에 손님이 끊어지는 시기가 있었지만, 그만큼 극장이라는 곳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우리 모두가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 역병을 이겨낼 희망과 힘을 가진 것처럼 우리 영화도, 우리 영화인들도 영화관을 지키면서 영화를 영원히 지켜내리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영화를 만드는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은 CJ ENM과 이미경 CJ 부회장, 정서경 각본가를 비롯한 많은 크루(제작진)에게 감사를 표한다"면서 "무엇보다도 박해일 그리고 탕웨이, 두 사람에게 보내는 저의 사랑은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더 이상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고 했다.
박 감독의 <헤어질 결심>은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올드보이>(2004),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박쥐>(2009), 벌칸상을 탄 <아가씨>(2016)에 이은 네 번째 칸 입성작이다. 이로써 박 감독은 칸 입성 18년 만에 감독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헤어질 결심>은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박해일 분)가 사망자의 아내(탕웨이 분)에게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벌어지는 멜로 스릴러로, 촘촘한 심리 묘사를 통한 독특한 사랑 이야기를 보여준다.
송강호와 박찬욱은 2000년 <공동경비구역 JSA>를 시작으로 <복수는 나의 것>(2002), <박쥐>(2009) 등의 작품에서 잇따라 호흡을 맞췄다. 특히 <박쥐>는 제62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돼 함께 레드카펫을 밟았으며, 작품은 심사위원상까지 받았다.
이정재의 감독 데뷔작 <헌트>는 데뷔 영화에 주는 황금카메라상 수상이 불발됐다. 단편 경쟁 부문에 오른 문수진 감독의 애니메이션 <각질>도 수상에는 실패했다.
[인사이트코리아=장진혁 기자]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이 ‘도합 866조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 투자를 단행한다. 대한민국 올해 예산(607조원)을 훌쩍 넘어서는 금액이다.
그동안 새 정부가 출범하면 주요 기업들은 이른바 ‘선물 보따리’를 내놨지만, 이번에는 재계 예상을 뛰어넘는 역대급 투자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각 그룹의 투자 계획은 반도체·바이오·전기차·배터리 등 미래 먹거리 사업과 이를 이끌 핵심 인재를 확보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는 4대 그룹 총수들이 한국 경제 재도약에 기여할 수 있는 역할을 제시하는 한편 사회 전반에 역동성을 불어넣어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경영환경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황에서 혁신과 성장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투자와 인재 채용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중이 담긴 것이다.
삼성, 5년간 450조원 투자, 8만명 신규 채용
재계 1위인 삼성그룹은 ‘역동적 혁신성장을 위한 미래 준비’라는 제목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며, 고용과 투자 등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삼성은 반도체·바이오·신성장IT 등 미래 신사업을 중심으로 향후 5년간 45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삼성이 지난 5년간 투자한 330조원 대비 120조원이 증가한 것으로, 최근 대외경제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래 신산업 혁신을 선도하기 위해 연평균 투자 규모를 30% 이상 늘렸다는 점이 눈에 띈다.
삼성은 우선적으로 ‘반도체 초강대국’ 프로젝트를 주도해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할 생각이다. 삼성이 지난 30년간 선도해온 ‘메모리 초격차’를 확대하고 팹리스 시스템반도체·파운드리 분야에서 해외 경쟁 기업을 따돌린다면, 반도체 3대 분야를 모두 주도하는 초유의 기업으로 도약이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삼성은 반도체와 함께 바이오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제2의 반도체 신화’를 구현하겠다는 야심도 내비쳤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글로벌 종합 바이오 기업’을 향한 도약을 본격화기 위해 글로벌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과 바이오시밀러(복제약)를 양대 축으로 하는 사업구조를 보다 견고히 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기업의 본분인 일자리 창출에 총력을 기울인다. 삼성은 향후 5년간 신규로 8만명을 채용하기로 했다. 앞서 2018년 발표한 ‘3년간 4만명 채용 계획’을 초과달성했고, 지난해에도 3년간 4만명 채용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SK, 5년간 247조원 투자, 5만명 국내 채용
SK그룹은 반도체(Chip),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등 이른바 ‘BBC 산업’으로 압축되는 핵심 성장동력 강화에 전력을 기울인다.
SK그룹은 2026년까지 BBC 분야를 중심으로 247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특히 인공지능(AI), 디지털 전환(DT)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반도체라고 보고, 반도체 및 반도체 소재에 전체 투자 규모(247조원)의 절반 이상(142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전체 투자 규모 중 국내 투자만 179조원에 달해 국가경제 활성화에 힘이 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SK그룹은 2026년까지 ▲반도체와 소재 142조2000억원 ▲전기차 배터리 등 그린 비즈니스 67조4000억원 ▲디지털 24조9000억원 ▲바이오 및 기타 12조7000억원을 투자한다. 전체 투자금의 90%가 BBC에 집중될 만큼 이번 투자는 핵심 성장동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SK그룹은 성장동력을 찾고 이를 키워나가는 주체는 결국 ‘인재’라고 보고 고용 창출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26년까지 5년간 5만명을 국내에서 채용키로 했다.
현대차, 4년 동안 국내 63조원 투자
현대자동차그룹에서는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등 3사가 2025년까지 4년 동안 국내에 63조원을 투자한다. 대규모 투자를 국내에 집중함으로써 ‘그룹 미래 사업 허브’로서 한국의 역할과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여기에 자동차 부품·철강·건설 등 그룹사까지 합해지면 전체 국내 중장기 투자액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미래 성장의 핵심축인 전동화 및 친환경 사업 고도화에 주력한다. 이 분야에 현대차·기아·모비스는 총 16조2000억원을 투입한다. 현대차그룹 3사는 순수 전기차를 비롯해 수소전기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등 전동화 및 친환경 전 분야에서 기술 우위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기아·모비스는 이와 함께 로보틱스,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인공지능(AI) 등 미래 신기술 개발 및 신사업의 체계적인 추진을 위해 8조9000억원을 쏟아붓는다. 완성차를 넘어 ‘인류를 위한 모빌리티 기업’ 전환을 가속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선행연구, 차량성능 등 내연기관 차량 상품성과 고객 서비스 향상 등에도 38조원이 투입된다. 2025년 현대차·기아 전체 판매량의 80%가량을 차지하는 내연기관 차량 고객들의 상품 만족도를 극대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국내에 집중적인 투자를 통해 한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 경쟁력을 강화할 계획”이라며 “미래 신사업·신기술과 전동화 투자는 물론 기존 사업에 대한 지속 국내 투자로 차별화된 제품과 만족도 높은 서비스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대전환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