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이 봄의 노래
무엇이 이 산에 꽃을 피우나
봄이 오면 해마다 진달래 피어
이 마음 울연히 붉어오겠네
가야지 어찌 아니 돌아가리
그리운 보리밭 푸른 하늘아
정답던 친구 어디 가고
이 봄만 남아 푸르러지나
만나면 부둥켜 울고 싶어서
4월은 꽃보다 더욱 붉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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