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차  / 최영호

막차가 찍어 놓고 간 바퀴 자국 위로

또다시 눈이 내린다.

 

버겁게 재를 넘던 버스는

한 무데기의 취기와

몇몇의 구겨진 일상들을 토해낸 뒤

거친 숨결 고르다가

눈 부릅뜬 채 총총 멀어져 갔다.

 

드세어진 눈 발은

어둠을 꼭꼭 다지며 자꾸만 내리는데

깃 세운 외투 속에 희망을 감춘

앞서 내린 사내들이

흐느적 거리며 지나가고

막차가 그려 놓고 간 쓸쓸한 풍경 속으로

흰 눈,

켜켜이 눈이 내려 쌓이고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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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별 하나 / 이성선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외로워 쳐다보면
눈 마주쳐 마음 비쳐 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세상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
가슴에 화안히 안기어
눈물짓듯 웃어 주는
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마음 어두운 밤 깊을수록
우러러 쳐다보면
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
길을 비추어 주는
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

 

 

 

 소 포

 

                                  이 성 선

 

가을날 오후의 아름다운 햇살아래

노란 들국화 몇 송이

한지에 정성 들여싸서

비밀히 당신에게 보내 드립니다.

 

이것이 비밀인 이유는

그 향기며 꽃을 하늘이 피우셨기 때문입니다.

부드러운 바람이 와서 눈을 띄우고

차가운 새벽 입술 위에 여린 이슬의

자취없이 마른 시간들이 쌓이어

산빛이 그의 가슴을 열어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것을 당신에게 드리는 정작의 이유는

당신만이 이 향기를

간직하기 가장 알맞은 까닭입니다.

한지같이 맑은 당신 영혼만이

꽃을 감싸고 눈물처럼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하늘이 추워지고 세상의 꽃이 다 지면

당신 찾아가겠습니다.

 


 

 

 

 

시인 이성선님은

1941년 강원도 고성에서 태어나 속초중학교와 속초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고려대학교 농학과를 나왔다.

이후 잠시 농촌진흥청에서 근무하다가 1970년 고향의 동광고등학교 교사로 부임하였다.

같은 해 《문화비평》에 《시인의 병풍》외 4편을 발표하면서 등단하였고,

1972년 《시문학》(현대문학 간행)에 《아침》 《서랍》 등으로 재등단하였다.

1990년 한국시인협회 상임위원으로 위촉되었다.

1996년에는 속초·양양·고성에서 환경운동연합을 결성하였고, 이후 원주 토지문화관 관장을 역임하였다.

1988년 강원도 문화상을 수상하였고, 1990년 제22회 한국시인협회상, 1994년 제6회 정지용문학상,

1996년 제1회 시와 시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2000년 마지막으로 출간한《내 몸에 우주가 손을 얹었다》등을 포함해 총 12권의 시집이 있다.

평이한 수법의 시어로 동양적 달관의 세계를 깊이 있게 표현하였고,

시를 통한 자연과의 일체적 교감을 추구하였는데,

특히 설악산과의 친화적 합일을 모색하면서 '설악의 시인'으로 널리 알려졌다.

2001년 5월 4일 60세를 일기로 사망하였다

 

 

 나는 소설을 쓰고 있는 동생 김성숙에게서  이시인의 순수한 시정신을 얘기들어 한번 만날 기회를 기대하던 중에

성남예총과 속초예총 '자매결연'을 성사하여  1992. 7. 11.속초관광호텔에서 자매결연식을 가졌다.

이날 나는 성남예술 회장으로 인사말을 했고, 속초예술인을 대표해서 이성선 시인이 인사말을 했다.

그날 이 시인과의 만남은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 강하게 남아 연민의 정을 느낀다.    -징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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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사연 / 김석규


      가을이 떠나기 전에 꼭 한 번 만났으면
      염천을 건너와 나뭇잎새 물드는 자리
      무서리 내리면 또 속절없는 사랑
      그런 사랑보다 더 슬픈 하늘 멀리에다 두고
      희미한 기억 이젠 얼굴도 알아볼 수 없을 텐데
      저무는 강변의 대숲을 흔드는 바람소리
      허물어진 성터 따라 쓸쓸히 묻힌 오솔길로
      가을이 떠나기 전에 꼭 한 번 만났으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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