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차 / 최영호
막차가 찍어 놓고 간 바퀴 자국 위로
또다시 눈이 내린다.
버겁게 재를 넘던 버스는
한 무데기의 취기와
몇몇의 구겨진 일상들을 토해낸 뒤
거친 숨결 고르다가
눈 부릅뜬 채 총총 멀어져 갔다.
드세어진 눈 발은
어둠을 꼭꼭 다지며 자꾸만 내리는데
깃 세운 외투 속에 희망을 감춘
앞서 내린 사내들이
흐느적 거리며 지나가고
막차가 그려 놓고 간 쓸쓸한 풍경 속으로
흰 눈,
켜켜이 눈이 내려 쌓이고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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