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한나가 지휘봉을 잡는 까닭
  3월 14일 첼리스트 장한나가 지휘봉을 잡는다는 보도자료가 배포되었지만 언론의 반응은 뜨뜻 미지근했다. 다음날(일요일) 신문이 나오지 않는 토요일 오후에 성남아트센터 주최 청소년교향악축제(5월 22∼27일) 보도자료에 묻혀 발송된 까닭도 있지만, 장한나가 왜 지휘봉을 잡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와 배경 설명이 없었고, ‘깜짝 데뷔’가 그야말로 ‘1회성 행사(이벤트)’가 아니냐 하는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자 장한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아예 1년 6개월에 걸친 베토벤 교향곡 전곡 연주회 시리즈 계획까지 발표했다. 하지만 시리즈의 첫 공연(한국, 독일, 중국 연합 청소년 교향악단)을 제외하면 지휘할 악단도 구체적으로 나와있지 않다.
 그렇다면 어떻게 된 일일까. 성남아트센터는 서울시청소년 교향악단, 성남 청소년 교향악단, 과천시립청소년교향악단 외에 심양 청소년 교향악단(중국), 브란덴부르크 청소년 교향악단(독일) 등을 초청해 국제 음악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예산 부족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그러던 참에 MBC에서 뜻밖의 제의가 왔다. 음악제의 중계권을 따내는 조건으로 거액의 후원을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성남아트센터로서는 음악제 실황이 MBC TV로 중계되면 음악제 홍보도 되고 후원도 받으니 일석이조였다. 거절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장한나가 지휘자로 데뷔한다는 것 자체가 음악제 홍보를 위해 플러스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도 생각했을 지 모른다.

 하지만 MBC측은 조건을 하나 내걸었다. 첼리스트 장한나가 2-3일 정도 지휘를 맡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외국서 오는 교향악단은 말할 것도 없고 지휘자들이 따로 있는 국내 청소년 교향악단들도 난색을 표했다. 레퍼토리 변경, 연습 부족으로 인한 음악회의 파행은 불을 보듯 뻔한 것이기 때문이다. 평소 함께 연습해오던 지휘자가 아닌 다른 지휘자가 나선다면 음악제에 참가할 이유도 명분도 없어진다. 하는 수 없이 MBC측과 음악제 주최측인 성남아트센터는 음악제의 피날레 공연인 연합 청소년 교향악단 공연 때 장한나에게 지휘봉을 맡기기로 했다.

 하지만 그 공연도 벌써부터 다른 독일 출신 지휘자와 약속이 되어 있었고 레퍼토리도 브루크너 교향곡 등 묵직한 것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성남아트센터측은 부랴부랴  독일 지휘자에게 성남시향 기획공연의 객원 지! 휘를 맡 穗 조건으로 지휘를 포기하도록 종용했다. 레퍼토리도 바뀌었음은 물론이다. 베토벤의 '코리올란 서곡', 프로코피예프'교향곡 제1번', 베토벤'교향곡 제7번'등을 지휘할 예정이다. 음악회의 성공 여부는 5월 27일 공연이 끝난 다음에 판단할 일이고 지휘자의 선임도 어디까지나 주최측의 재량에 달린 것이다.  굳이 ‘지휘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라고도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돈’때문에 ‘기획’이 오락가락하고 스폰서 때문에 출연진이 바뀌는 것은 옆에서 보기에 민망하다.

 그렇다면 MBC는 왜 거액의 스폰서를 약속했을까. 장한나의 국내 데뷔 때부터 오랜 인연을 맺어온 MBC TV는 오래전부터 장한나 특집 다큐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첼로 독주회나 첼로 협주곡 장면만으로는 ‘그림’이 부족했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지휘자 데뷔 장면까지 곁들인다면 금상첨화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번 공연은 장한나가 지난해 세종문화회관과 추진하다가 무산된 ‘청소년을 위한 해설 음악회’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그때도 장한나측은 세종문화회관 측에 서울시청소년교향악단의 출연을 요구했었고 지휘봉까지 잡을 참이었다.

 그때도 쓴 적이 있지만 청소년 프로젝트로 고국 음악계에 뭔가 기여하려면 대형 무대를 고집하기 보다는 지방 학교를 돌면서 초등학교 500명 정도를 무료 초청해 (해설 곁들인) 독주회를 하는 게 더 효과적인 방법이다. 
[출처] 나의 음악일기 (http://blog.joinsmsn.com/lully/)

출처 : 정기영
글쓴이 : 정기영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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