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후원 멘티-멘토 만남] 장가행·신행 자매, 여주서 멘토 장한나와 행복한 합숙

[중앙일보] 입력 2011.08.12 01:34 / 수정 2011.08.12 01:38

“장한나 선생님처럼 입술 힘주는 버릇 생겨”

첼리스트 장한나(가운데)씨가 장가행(오른쪽)·신행 자매의 어깨를 잡고 환한 웃음을 짓고 있다. 경기도 여주 마임비전빌리지에서 만난 세 사람은 음악이란 공통점 때문인지 금세 친해진 모습이었다. [김상선 기자]

전남 목포의 ‘첼로 신동’ 장신행(12·광주교대 목포부설초 6)양은 요즘 연주할 때 입술에 힘을 주는 버릇이 생겼다. 첼리스트 장한나(29)씨가 연주하는 모습을 따라 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생긴 습관이다. 지난 2월 바이올린을 하는 언니 가행(14·목포 항도여중2)양과 함께 장씨에게 멘토를 맡아줄 것을 요청한 뒤 자매는 8월이 오기만 손꼽아 기다렸다. 장씨가 지휘를 맡은 오케스트라에 자매를 초청했기 때문이다. <본지 2월 10일자 16면>

 경기도 여주의 마임비전빌리지에서 자매와 자리를 함께한 장한나씨는 “신행이 큰일났네. 이제 기자들이 왜 표정을 찌푸리는지 매번 물어볼 텐데”라며 깔깔깔 소리 내 웃었다. 장씨는 성남아트센터에서 주최하는 ‘앱솔루트 클래식 Ⅲ’에서 젊은 음악도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기 위해 지난주 한국에 왔다. 자매는 일주일 합숙기간을 포함해 이달 말까지 장씨와 함께 연습한다. 오디션에 통과하면 28일 열리는 연주회에도 설 수 있다.

 가행이는 자신을 소개하다 “선생님을 직접 보니 정말 좋다. 부끄럽지 않으려고 열심히 연습했는데···”라며 울먹였다. 가행이는 어려운 집안 환경으로 전문 강사의 지도를 받지 못했다. 올해 초 NGO단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지원을 받아 활 쓰는 법부터 기본 자세를 다시 배웠다. 장씨는 가행이의 등을 두들겼다. “정말 대견해. 누구든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야 성장할 수 있어.” 자매는 그동안 머릿속에 담아놨던 궁금한 점을 하나씩 꺼내놓았다.

 -오디션을 통과한 다른 언니, 오빠들에 비해 저희 실력이 부족해서 걱정이 돼요.(가행)

 “이곳에서 소리에 대한 개념을 익혀 갔으면 좋겠어. 내 악기로 어떤 소리를 내고 싶은지, 어떤 사람처럼 소리를 내고 싶은지 ‘꿈의 소리’를 찾았으면 좋겠어. 베토벤부터 20세기 곡까지 다양한 곡을 연습하면서 음악의 시야를 넓혀봐.”

 -선생님은 왜 지휘를 시작하셨어요?(신행)

 “너희들하고 같이 음악 하려고 했지(웃음). 지휘에는 나 자신을 넘어서는 세계가 있어. 오케스트라가 나의 비전을 받아들여 연주를 할 때면 항상 나의 기대를 넘는 연주가 나오거든. 100명의 개인이 모여 하나의 소리를 내는 것, 그게 음악의 힘이야. 우리가 여기서 남남으로 만났지만 헤어질 땐 남남이 아닌 거지.”

 장씨는 자매에게 “음악가로서 보다 큰 꿈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온전히 음악가로 살게 될 때 음악가로서 이 사회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곰곰이 마음속 깊이 고민해보라는 것이다.

 “음악은 영혼의 예술이에요. 음악가로서 초심을 지키려면 나 자신을 위한 음악을 해선 안 됩니다. 가행, 신행이처럼 미래의 음악가들과 교류하는 것은 저의 음악적 비전을 실천하는 큰 부분인 셈이죠.“

여주=김효은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앱솔루트 클래식=성남아트센터에서 2009년부터 매년 여름 열고 있는 클래식 축제로 올해가 세 번째다. 장한나가 30세 이하의 젊은 음악도 100명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일반 관객과 대화의 시간도 갖는다. 공연은 13일부터 28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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