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저녁의 시 / 김춘수

 

 

누가 죽어가나 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다는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가는가보다

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롬 속에서

물같이 흘러간 그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가는가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는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같이 흘거가 버리는가보다

 

 

 2013. 8. 27. 오후 산책길에서 징소리 (경기 광주시 목현동 / 폰셀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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