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권근영]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예부문(이하 서예대전)이 흔들리고 있다. 대상·최우수상 수상작에서 오·탈자가 발견됐다.
옥편에도 없는 글자를 쓰기도, 시구에서 한 글자를 빼놓고 쓰기도 했다. 심사체계의 허술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제30회 서예대전이 9~15일 열렸다. 박선호씨의 대상작은 조선 문인 기대승(1527~1572)의 『고봉집』에 수록된 시를 썼는데 두 개의 오자가 있었다.
'개안게궁석(開眼憩窮石)'에서 '눈 안(眼)'자는 원문에는 '얼굴 안(顔)'으로 돼 있다. 또 '저립안생힐(佇立眼生 )'의 마지막 자는 '纈(현란할 힐)'로 쓰는 게 맞다.
한 획을 빠뜨려 옥편에도 없는 글자가 됐다. 논란이 일자 미협 측은 재감수에 들어가 '문제없음'으로 결론지었다.
한국고전번역원 데이터베이스(DB)에 '眼'으로 표기돼 있기 때문에 수상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했다.
또 '纈'자 가운데 들어간 '吉'자의 경우 과거 한 획을 뺀 예가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서예대전 감수위원을 지낸 한학자 김모씨는 "고전번역원 DB의 경우 클릭만 하면 원문을 볼 수 있는데
그것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며 "미국의 수도를 묻는 시험에서 '뉴욕'으로 잘못 적힌 참고서를 보고 틀린 답을 낸 학생에게 점수를 주는 격"이라며 비판했다.
또 "'纈'도 아니고'吉'자에 대한 전거를 애써 찾아내 대상자를 구제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현석구씨의 최우수상 수상작에선 한 글자가 누락됐다. 자작 7언시(七言詩) 한 구절에서 한 글자가 빠진 여섯 글자로 적혀 있었다.
서예대전 한문 3차 이정도 심사위원장은 "출품작이 많다 보니 하나부터 열까지 체크를 못 한다 "고 말했다.
허호구 감수위원은 "최우수상의 경우 감수할 때는 작품 수가 많아 넘겼지만, 시상식 전에 탈자를 확인했다.
그런데도 시상이 이뤄진 이유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이동국 수석 큐레이터는
"오·탈자를 낸 작품에 상을 주니 서예가 대중의 외면을 받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근영 기자 < young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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