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값 검사’ 폭로 노회찬, 의원직 상실
뉴스/칼럼/보도비평 2013/02/14 16:29 정운현
노희찬 의원
이에 따라 노 의원은 이날부로 의원직을 상실하게 됐다. 국회의원은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의원직을 잃게 된다. 앞서 참여연대는 여야 의원 명의로 통비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며 대법원의 판결 연기를 요구한 바 있어 이번 결과를 두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노 전 대표는 2005년 국회 법사위 회의에 앞서 ‘안기부 X파일’로 불린 불법도청 테이프에서 삼성그룹의 떡값을 받은 것으로 언급된 안강민 전 서울지검장을 비롯한 전·현직 검사 7명의 실명을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하고 이를 인터넷에 올렸다. 이에 대해 7명 가운데 1인인 안 전 검사장이 노 의원을 고소해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했고, 2심은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인터넷에 올린 부분은 위법성이 인정된다며 일부 유죄 취지로 파기했다. 2011년 다시 열린 2심은 노 의원에게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자격정지 1년을 선고한 바 있다.
대법원 판결을 하루 앞둔 어제(13일) 참여연대 공익법센터(소장 박경신 교수)는 논평을 통해 “노회찬 의원이 국회의원의 직무로서 행한 행위, 특히 기업의 불법대선자금 조성 및 기업, 언론, 검찰의 유착관계 폭로행위는 중대한 공익적 사안으로 통비법 위반죄를 적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본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노 의원이 보도자료를 인터넷에 올린 행위를 두고 대법원이 통비법을 적용한 것과 관련해 “국회의원이라는 신분은 변함이 없을 뿐 아니라 폭로된 사실 또한 다를 바가 없다”며 “인터넷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상시적으로 유권자와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러한 인터넷을 통한 의정활동 공개는 일반적 추세”라고 반박했다.
끝으로 참여연대는 “그럼에도 대법원은 홈페이지에 보도자료를 게재한 행위를 면책특권의 대상이 되는 의정활동에서 따로 떼어내어 유죄를 선고한 것이다. 유죄를 만들기 위한 견강부회가 아닐 수 없다.”며 여야 의원들 명의로 국회에 관련법 개정안이 제출된 만큼 대법원이 판결을 연기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법원 판결 뒤 이날 오후 노 의원은 국회를 찾아 기자회견을 열고 “뇌물을 줄 것으로 지시한 재벌그룹 회장, 뇌물수수를 모의한 간부들, 뇌물을 전달한 사람, 뇌물을 받은 떡값검사들이 모두 억울한 피해자이고 이들에 대한 수사를 촉구한 저는 의원직을 상실할 만한 죄를 저지른 가해자라는 판결”이라며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노 의원은 이어 “10개월 만에 국회의원직을 내려놓고 다시 광야에 서게 됐다. 오늘 대법원 판결은 최종심이 아니다. 국민의 심판, 역사의 판결이 아직 남아 있다”고 밝히고는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서도 뜨거운 지지로 당선시켜주신 노원구 상계동 유권자들께 죄송하고 또 죄송하다”고 말했다.
한편, 당시 검찰에서 이 사건의 수사를 지휘한 황교안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13일 박근혜 정부의 초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돼 두 사람의 ‘엇갈린 운명’이 화제다. 2005년 7월 황 후보자는 ‘삼성 X파일 사건’ 특별수사팀의 지휘를 맡아 횡령과 뇌물공여 혐의를 받던 이건희 삼성 회장을 서면조사만 하고 수사를 마무리하는 등 불법로비 정황이 드러난 삼성 쪽 인사는 모두 불기소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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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보도자료는 면책, 인터넷 공개땐 의원직 박탈 |
안기부 엑스파일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노회찬 진보정의당 대표가 14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 판결에 대한 유감의 뜻을 밝힌 뒤 회견장을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던 중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
의원직 상실 노회찬 진보정의당 대표
“국민의 심판대 앞에선 대법원이
뇌물 주고받은 자와 피고석 설것”
“정의는 지지 않았다.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는 “국민의 심판, 역사의 판결이 아직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안기부 엑스(X)파일’에 기록된 ‘떡값 검사’ 실명을 공개했다가 기소된 그는 14일 대법원의 판결로 국회의원직을 상실한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심경을 밝혔다. 상기된 표정으로 말을 이으면서도, 정당성에 대한 확신을 표현하듯 때로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에 유죄를 선고한 사법부의 판결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국내 최대의 재벌회장이 대선 후보에게 거액의 불법정치자금을 건넨 사건이 ‘공공의 비상한 관심사’가 아니라는 대법원의 해괴망측한 판단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보도자료를 언론사에 배포하면 면책특권이 적용되고 인터넷을 통해 일반 국민에게 공개하면 의원직 박탈이라는 시대착오적 궤변으로 대법원은 과연 누구의 이익을 보호하고 있나? 한국의 사법부에 정의, 양심이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여야 국회의원 159명이 낸 선고연기 요청 탄원을 대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은 데 대해서도 “법 개정 가능성이 높은 사항인데 왜 서둘러 선고했는지 모르겠다”며 깊은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내가 의원직을 유지하는 것을 대법원이 바라지 않는 듯하다. 결과적으로 입법권이 침해된 것을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국회의원 159명은 국회가 현행 통신비밀보호법 개정을 논의하고 있는 만큼, 법을 고칠 때까지 노 대표의 선고를 미뤄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지난 5일 대법원에 낸 바 있다.
노 대표는 ‘역사’라는 더 큰 법정의 심판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의 대법원 판결은 최종심이 아니다. 오늘 대법원은 저에게 유죄를 선고했지만, 국민의 심판대 앞에선 대법원이 뇌물을 주고받은 자들과 함께 피고석에 서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8년 전 그날, 그 순간이 다시 온다 하더라도 저는 똑같이 행동할 것이다. 국민이 저를 국회의원으로 선출한 것은 그런 거대권력의 비리와 맞서 싸워서 이 땅의 정의를 바로 세우라는 뜻이었기 때문”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대법원의 이번 판결로도 ‘안기부 엑스파일’ 사건을 ‘끝난 사건’, ‘옛일’로 묻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언론으로 공개된 것은 테이프 2~3개지만, 280개 넘는 비공개 테이프가 서울중앙지검에 보관돼 있다. 어떤 불법행위가 담겨 있는지 알 수 없다. 국회와 국민이 노력하면 테이프 공개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에는 시효가 없다. 거대권력의 비리를 규명하고 처벌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진상규명 의지를 밝혔다.
노 대표는 당시 서울지검 2차장으로 ‘안기부 엑스파일’ 수사를 담당했던 황교안 변호사가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데 대한 소감도 밝혔다. 그는 “2005년 12월 수사발표문에서 (황 후보자는) ‘독수독과론’을 적용해 저와 기자 두 사람의 행위가 범법행위라는 판단을 내렸다. 반면에 의혹을 받은 떡값 검사는 조사도 하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안기부 엑스파일 사건을 덮는 작업을 주도한 사람이 법무부 수장으로 지명된 같은 시점에 저는 국회를 떠나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하지만 불의가 이기고 정의는 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며 거듭 ‘정의를 위한 싸움’을 이어가겠다는 결의를 다졌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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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 관한 진실’ 공개까지 처벌…표현의 자유 원천봉쇄 본문
‘공익 관한 진실’ 공개까지 처벌…표현의 자유 원천봉쇄
한겨레 입력 2013.02.14 20:10 수정 2013.02.14 21:40[한겨레]통신비밀보호법 무엇이 문제인가
도청과 공개행위 형량 차이 없어
형법상 정당행위 때만 처벌 피해
통신비밀 보호 법익 강조 지나쳐
헌재소장, 한정위헌 의견 내기도
대법원은 14일 '삼성 떡값 검사'들의 이름을 인터넷 누리집(홈페이지)에 공개한 노회찬 의원의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국회의원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보도자료를 게재하는 행위는 전파 가능성이 매우 크면서도 일반인들에게 여과 없이 전달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인터넷 홈페이지에 보도자료 형태로 도청 내용을 게재한 행위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범위 안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통비법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청취·공개하는 행위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형을 규정하고 있다. 도청과 이를 공개한 행위를 똑같은 무게로 처벌하는 것이다. 명예훼손죄가 '진실한 사실로서 공익에 관한 내용'을 공개했을 때에는 면책되는 것과 달리, 통신비밀 공개의 경우 형법상의 정당행위로 인정될 때에만 처벌을 피할 수 있다. 법원이 인정하는 정당행위 기준은 '통신 내용을 공개하지 않으면 공중의 생명·재산 등에 중대한 침해가 발생하는 등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일 때' 등으로 매우 까다롭다. 통비법 안에서 개인의 통신비밀 보호와 이를 공개하려는 표현의 자유가 충돌하게 되는데, 통신비밀을 보호하려는 법익이 과도하게 강조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피선거권을 상실하는 정치인에게는 치명적인 처벌 조항이기도 하다.
이런 법적 문제는 노 의원이 2009년 3월 헌법재판소에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다뤄졌지만, 2011년 8월30일 헌재는 재판관 7 대 1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했다. 7명의 재판관은 "법원이 정당행위 요건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할 경우 공개자의 표현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대화 내용을 위법하게 취득한 행위 못지않게, 위법하게 취득된 대화 내용을 전파하는 행위도 대화의 비밀을 침해하는 정도가 상당할 수 있기 때문에 벌금형을 선택적으로 규정하지 않았다고 해도 지나치게 과중한 형벌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강국 당시 헌재 소장은 '한정위헌'이라는 소수의견을 내면서 통비법 조항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소장은 "오늘날 민주주의의 요체인 표현의 자유는 비판의 자유를 그 핵심으로 하고 있고, 공정한 비판이야말로 사회발전의 불가결한 요소이다. 불법 감청·녹음 등의 방지라는 입법 목적은 불법적으로 이를 행한 자를 철저하게 찾아내고 엄격하게 처벌함으로써 달성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지, 단지 불법 감청·녹음 등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진실과 공익을 위한 언론의 헌법적·사회적 소임을 막아서는 안 될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비록 도청 등으로 생성된 정보라도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공개하는 행위는 처벌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김태규 기자dokbul@hani.co.kr
도청과 공개행위 형량 차이 없어
형법상 정당행위 때만 처벌 피해
통신비밀 보호 법익 강조 지나쳐
헌재소장, 한정위헌 의견 내기도
대법원은 14일 '삼성 떡값 검사'들의 이름을 인터넷 누리집(홈페이지)에 공개한 노회찬 의원의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국회의원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보도자료를 게재하는 행위는 전파 가능성이 매우 크면서도 일반인들에게 여과 없이 전달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인터넷 홈페이지에 보도자료 형태로 도청 내용을 게재한 행위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범위 안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법적 문제는 노 의원이 2009년 3월 헌법재판소에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다뤄졌지만, 2011년 8월30일 헌재는 재판관 7 대 1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했다. 7명의 재판관은 "법원이 정당행위 요건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할 경우 공개자의 표현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대화 내용을 위법하게 취득한 행위 못지않게, 위법하게 취득된 대화 내용을 전파하는 행위도 대화의 비밀을 침해하는 정도가 상당할 수 있기 때문에 벌금형을 선택적으로 규정하지 않았다고 해도 지나치게 과중한 형벌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강국 당시 헌재 소장은 '한정위헌'이라는 소수의견을 내면서 통비법 조항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소장은 "오늘날 민주주의의 요체인 표현의 자유는 비판의 자유를 그 핵심으로 하고 있고, 공정한 비판이야말로 사회발전의 불가결한 요소이다. 불법 감청·녹음 등의 방지라는 입법 목적은 불법적으로 이를 행한 자를 철저하게 찾아내고 엄격하게 처벌함으로써 달성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지, 단지 불법 감청·녹음 등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진실과 공익을 위한 언론의 헌법적·사회적 소임을 막아서는 안 될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비록 도청 등으로 생성된 정보라도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공개하는 행위는 처벌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김태규 기자dokb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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