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 관한 진실’ 공개까지 처벌…표현의 자유 원천봉쇄

한겨레 | 입력 2013.02.14 20:10 | 수정 2013.02.14 21:40

[한겨레]통신비밀보호법 무엇이 문제인가
도청과 공개행위 형량 차이 없어
형법상 정당행위 때만 처벌 피해
통신비밀 보호 법익 강조 지나쳐
헌재소장, 한정위헌 의견 내기도

대법원은 14일 '삼성 떡값 검사'들의 이름을 인터넷 누리집(홈페이지)에 공개한 노회찬 의원의 행위는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국회의원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보도자료를 게재하는 행위는 전파 가능성이 매우 크면서도 일반인들에게 여과 없이 전달되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인터넷 홈페이지에 보도자료 형태로 도청 내용을 게재한 행위가 국회의원의 면책특권 범위 안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통비법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청취·공개하는 행위에 대해 10년 이하의 징역과 5년 이하의 자격정지형을 규정하고 있다. 도청과 이를 공개한 행위를 똑같은 무게로 처벌하는 것이다. 명예훼손죄가 '진실한 사실로서 공익에 관한 내용'을 공개했을 때에는 면책되는 것과 달리, 통신비밀 공개의 경우 형법상의 정당행위로 인정될 때에만 처벌을 피할 수 있다. 법원이 인정하는 정당행위 기준은 '통신 내용을 공개하지 않으면 공중의 생명·재산 등에 중대한 침해가 발생하는 등 비상한 공적 관심의 대상일 때' 등으로 매우 까다롭다. 통비법 안에서 개인의 통신비밀 보호와 이를 공개하려는 표현의 자유가 충돌하게 되는데, 통신비밀을 보호하려는 법익이 과도하게 강조됐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피선거권을 상실하는 정치인에게는 치명적인 처벌 조항이기도 하다.

이런 법적 문제는 노 의원이 2009년 3월 헌법재판소에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다뤄졌지만, 2011년 8월30일 헌재는 재판관 7 대 1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했다. 7명의 재판관은 "법원이 정당행위 요건을 지나치게 좁게 해석할 경우 공개자의 표현의 자유가 과도하게 제한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대화 내용을 위법하게 취득한 행위 못지않게, 위법하게 취득된 대화 내용을 전파하는 행위도 대화의 비밀을 침해하는 정도가 상당할 수 있기 때문에 벌금형을 선택적으로 규정하지 않았다고 해도 지나치게 과중한 형벌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강국 당시 헌재 소장은 '한정위헌'이라는 소수의견을 내면서 통비법 조항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소장은 "오늘날 민주주의의 요체인 표현의 자유는 비판의 자유를 그 핵심으로 하고 있고, 공정한 비판이야말로 사회발전의 불가결한 요소이다. 불법 감청·녹음 등의 방지라는 입법 목적은 불법적으로 이를 행한 자를 철저하게 찾아내고 엄격하게 처벌함으로써 달성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지, 단지 불법 감청·녹음 등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진실과 공익을 위한 언론의 헌법적·사회적 소임을 막아서는 안 될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비록 도청 등으로 생성된 정보라도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해 공개하는 행위는 처벌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김태규 기자dokb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