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당 남재륙 문인화 전시회 ..

경기도  문화의 전당  한뼘전시관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1117 (효원로307번길 20) TEL: 031-230-3440~2

2012. 10. 30(火) ~ 11. 12(月)

난(蘭)10년 죽(竹)3년이라 했다. 좌란(左蘭) 30년 우란(右蘭) 30년이라고도 했다. 집필법(執筆法)을 배우고 봉안 파봉안(鳳眼破鳳眼)을 익힐 때 선배들이 들려준 충고다. 그땐 설마 했다. 허세 섞인 과장인줄 알았다. 이후 난선(蘭線) 찾아 부급동남(負.東南)하며 강산을 한 번 건넜다. 이제와 생각하니 그때 선배들의 충고는 참으로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심수상응(心手相應)의 경지는 세월에 의지해 미칠 수 있는것도 세월을 벗어나 이룰 수 있는 것도 아니란 걸 새삼 절감한다.

 

지난여름은 지독한 난산(難産)의 계절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갑자기 잡힌 전시 일정은 발등의 불이 되었고 연일 갱신되는 기록적 무더위는 발등의 불 앞에 차라리 호사(豪奢)였다. 지루한 삼복(三伏)은 화실과 생업을 오가는 빠듯한 일상 속에 늘 팽팽했고 타고난 게으름과 부족한 필력은 책임감과 같잖은 체면의 회초리로 독려했다. 그렇게 온 여름 땀과 먹에 절여 가며 태어난 한 점 한 점은 또 다른 내 자화상이 되었다.

 

우리 회화사(繪畵史) 속 전통적 소재들에서 그릴 거리를 찾으려했다. 문인화의 화품(畵品)이 형사(形似)에 있는 것이 아니듯 소재가 지닌 외형미의 표현보다 내면적 상징성과 전통적 의미를 표현하고자했다. 하지만 일천(日淺)한 필력(筆歷)과 부족한 역량은 의도에 충실한 반영을 돕지 못했고 낙성관지(落成款識)후에도 두고두고 남는 미련은 결국 도록(圖錄) 한 귀퉁이를 빌어 뻔한 해설을 늘어놓게 만들었다.

 

부끄러운 자화상을 세상에 내 놓으며 누군가의 애정 어린 비평을 들을 수 있다면 쓰든 달든 더 큰 자람과 이룸에 소중한 자양(滋養)이 될 것이다.

 

자애로운 스승이자 때론 친근한 장형(長兄)처럼 밀고 끌어주신 雲亭 朴登龍 선생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아울러 오늘도 먹물로 찌든 욕실 바닥에 빠득빠득 대신 화풀이 했을 박계용 마누라께 뜨거운 감사의 밀어를 속삭인다.

 

대나무가 쓰러지지 않고 굳고 높이 자랄 수 있는 건 마디 때문이라던가. 이 가을이 내게 또 한 마디(節) 였으면 좋겠다.

                                                                                                                      - 작가의 인사말,  이천십이년 국화꽃 필즈음 남 재 륙

 

                                                                                                                                                                    -2012. 10. 31. 징소리 김 성 태

 

문인화가 남 재 륙 

 

 

 

말이었고 자동차였던 고무신은 냇가에서 배가된다. 송사리 황홀한 유혹에 취해 배를 떠내려

보낸 어린 선장은 맨발로 이별을 앓았고 사십 년 넘게 유년의 기억 저편을 표류 중인 배는 시 시로 아득한 고동을 울린다. 40x60cm

 

깜장 고무신, 하양 고무신, 구문 십문 십일문반... 조계사 건너편 인사동 입구 횡단보도 신호등 아래. 크고 작은 고무신을 가득 실은 리어카 한 대가 묻지도 않고

 나를 태운 채 순간 이동하여 사십년 전 안동 낙동강변 영호루 아래 모래톱으로 데려가곤 한다.

 

 

 

 

 

 

공명도(功名圖) 40x70cm

 

장닭은 정수리에 난 볏 때문에 벼슬하다는 뜻으로 공계(公鷄)라 불린다. 병아리는 삐약거리며 우는 데서 명(鳴)의 뜻을 지닌다.

장닭에서 동음 공(功)을 취하고, 병아리에서 동음 명(名)을 취하여 공명(功名)즉, ‘공을 세워 이름을 널리 알리다’는 뜻이 된다.

닭은 주역의 팔쾌 중 손(巽)에 해당하는 동물로 손괘는 동남쪽이다.

동남은 여명이 시작되는 곳이기에 닭은 희망찬 출발이나 상서로움의 상징으로 간주했다.

또한 옛 사람들은 닭이 울면 어둠이 걷히듯 모든 액운이 달아나고 잡귀들이 사라진다고 믿었기에 벽사의 의미도 지닌다.

계란을 삶는 도중 부화된 새끼와 아비. 이보다 더 볏(功)이 곤두서고 울음소리(名) 드높을 수 있겠는가.

 

 

 

높은 절벽에 그윽한 향이 감돈다. 굽은듯 곧은 자태 봄볕에 더욱 고와 손뻗어 꺾고자 하나 얻을 수가 없구나. 70x200cm

 

사군자 중 여름을 상징한다. 방위는 남쪽, 사덕(四德)중 예(禮)의 뜻을 품고 있다. 깊은 산중에 홀로 피어 고아한 자태로 은은한 향을 발하는 난은 유곡가인(幽谷佳人) 또는 군자지향(君子之香)으로 불리며 고아한 선비의 자태나 품성을 상징한다.

 

사랑 40x70cm

지고지순한 사귐과 우정을 상징한다. <역경>에서는 “두 사람이 마음을 함께 하면 그 예리함이 쇠를 자를 수 있고 같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말은 그 냄새가 난초와 같다 二人同心 其利斷金 同心之言 其臭如蘭고했다. 이른바 단금지교(斷金之交)다. 또 지초(芝草)와 난초(蘭草)처럼 맑고 깨끗하며 신의가 두터운 벗의 사귐을 지란지교(芝蘭之交)라 했고 자신을 알아주는 친구를 ‘난우(蘭友)’ 라 부르듯 우정을 상징한다.

<화경(花經)>에는 “그 잎이 넓고 부드러우며 꽃이 자백색인 것을 손(蓀)이라 한다.”고 적고 있다. 손(蓀)의 독음 때문에 그림 속에서는 자손(孫)을 상징한다. 귀뚜라미는 한자로 괵아(.兒)이고 관아(官衙)와 음이 같다. 따라서 난에 여치나 귀뚜라미가 있는 그림은 자손이 벼슬하여 관아(官衙)에 드는손입관아(孫入官衙)를 의미한다.

 

 

 

 

 

 

 

 

 

 

 

 

 

 

 

 

 

쌍마도(雙馬圖) 40x70cm

 

‘장수나자 용마난다’고 했다.

마도성공(馬到成功 말이 찾아오면 성공한다)이라고도 했다.

이처럼 말은 출세와 성공을 뜻한다. 고귀한 신분이나 지위, 부귀, 인재, 급제의 뜻을 담고 있는 것.

예로부터 집안에 말이 있으면 천복이 온다는 이야기도 전해내려 오고 있다. 

 

 

 

님의 멍든 가슴에 옮겨 심고 싶은 어여쁨 35x70cm

 

원추리는 한자로 훤초(萱草)다. 萱은 잊는다는 뜻이다. 황화초(黃花草), 금침채(金針菜), 자훤(紫萱)이라고도 한다.

<박물지(博物誌)>에 의하면 “ 원추리는 그것을 먹으면 사람으로 하여금 환락은 좋 아하게 하여 근심을 잊게한다.

 그러므로 망우초(忘憂草)라고 한다. 부인이 임신했을 때 그 꽃을 지니면 아들을 낳는다고 하여 의남초(宜男草)라 부른다”고했다.

<술이기(述異記)>에서는 “오(吳)나라 지역에서는 이 꽃을 근심을 치료해 준다는 뜻으로 요수화(療愁花)라고 부른다”고 적혀있다.

<시경>속 여인은 뒤뜰에 망우초를 심어놓고 사랑하는 님을 향한 근심을 잊고 싶다고 했다.

흔히 노모(老母)가 거처하는 공간인 북당을 훤당(萱堂)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모든 근심을 잊고 노후를 편히 지내시기 바라는 효심이 담긴 표현이다.

따라서 원추리 그림은 득남을 기원하고 근심을 잊는 주술적 의미를 지니고 있고 바위는 불로장생, 나비는 질수(.壽, 80세)를 의미하니

근심없이 의남익수(宜男益壽)를 누리시라는 기원이 담긴 그림이다

.

 

 

 

 

 

학수송령도(鶴壽松齡圖) 40x70cm

신선들과 벗하는 동물이라 여겨 선학(仙鶴)이라 불린다. 천 년을 산다고 믿었기에 장수를 상징하고 깨끗하고 고고한 자태는 높은 관직을 상징한다.

소나무는 장수를 뜻한다. 사철 푸름을 잃지 않고 온전한 모습을 유지하기에 소나무 그림을 백령도(百齡圖)라 한다.

 학이 천 년, 소나무가 백년을 뜻하므로 소나무와 학이 그려진 그림은 ‘온전하게 장수를 누린다’라는 의미의 학수송령도(鶴壽松齡圖)다.

또 학과 소나무 그림은 일품대부(一品大夫)를 뜻한다.

일품은 조선시대 벼슬의 가장 높은 품계로다. 학은 뭇 짐승들과 달리 청초하고 고고하며 군자에 비유되기 때문에 새들 중 가장 높은 품계를 부여받아 일품조(一品鳥)라 불리며 높은 관직의 상징성을 지닌다. 실제로 유학자들의 옷이 학의 날개를 편 것 같다고 학창의(鶴.衣)라 하며 문관 일품의 관복 흉배 문양으로 쓰이기도 했다.

소나무는 대부로서 대부는 사품 이상 벼슬아치에 붙이는 호칭이다.

진시황은 사냥 나갔다 비를 만나 비를 피하게 해준 소나무에게 대부 품계를 내렸으며 조선 세조도 속리산 ‘정이품송’에게 정헌대부라는 관명을 내린 바 있다.

따라서 학은 一品, 소나무는 大夫로서 높은 관직과 출세를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

 

 

 

 

 

 

 

좌: 남재륙(문인화가). 김영실(경기문안화협회장). 징소리 - 2010. 7. 3. 경기미전 문인화 입상작 전에서 (포암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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