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5기 성남시 ‘주민참여예산제’ 도입 의지는 있는가?
성남연대, 참여예산제 도입을 위한 정책토론회 개최…토론회는 성토의 장
 
한덕승 기사입력  2011/10/25 [13:15]
 

 
‘성남사회단체연대회의’ 주최의 토론회에 참석했다. 토론 주제는 ‘주민참여예산제’. ‘지방재정법’ 제39조에 의거하여 올 9월부터 시행이 의무화된 주민참여예산제가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성남시의 답답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토론회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완곡어법을 썼으나 강도 있게 시 집행부를 비판했고, 방청석의 시민들은 신랄하게 반응했다.

▲ 성남사회단체연대회의 주최로 24일 열린 ‘성남시 바람직한 주민참여예산 조례 제정을 위한 정책 토론회'     © 성남투데이

주제발표자인 이원희 한경대 교수는 마이크를 잡자마자 시 집행부의 태도부터 지적하였다.

인사말만 하고 자리를 뜬 시장, 주제발표만 하고 가버린 예산법무과장(나중에 다시 참석했다가 다시 떠남)의 모습에서 주민참여예산제에 대한 시 집행부의 몰이해와 낮은 의지를 읽은 것이다.

작년에 발의했으나 보류된 조례안(대표발의 박창순 민주당의원)은 물론이고 현재 집행부가 입법예고한 조례(안) 역시 고민의 흔적이 별로 없는 작품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방청석의 한 시민은 “현 조례(안)를 전면 수정하지 않는다면 차라리 폐기하는 게 낫다”고 일갈했다. “ ‘시민이 주인인 성남’을 시정구호로 내건 민선 5기 집행부의 주민참여에 대한 철학과 문제의식이 민선 4기와 비교할 때 과연 차별성이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라는 비판까지 제기되었다.

문제가 뭘까? 시의회 다수당인 한나라당의 반대라는 이유만으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근본원인은 무엇일까? 공무원들의 고정된 의식이 왜 깨지지 않을까? 시장은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니는 것 같은데, 과연 무엇을 고민하고 있을까?

#주민참여예산제 성공의 3박자: 주민의 참여, 집행부의 의지, 시의회의 협조

이원희 교수의 말처럼 주민참여예산제는 단순한 절차의 변화가 아니다. 예산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변화다. 과거의 공급자 중심, 폐쇄적 절차, 공권력의 주체에 의한 예산이 소비자 중심, 개방적 절차, 공공서비스의 주체에 의한 예산으로 변하는 것이다. 스페인의 한 지방의원의 말처럼 “참여예산은 시민들이 우리에게 준 권력을 다시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주민참여가 보장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한다.

첫째, 개방성이다. 주민참여시민위원회(가칭)에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되어야 한다. 전국적인 모범사례중 하나인 부천의 경우를 보자. 김선환 운영위원장(참여예산부천네트워크)의 말에 의하면, 동별로 공개 모집된 해당자 가운데 100명 이내의 주민위원으로 주민회의가 구성되어 부천시 전체에 주민위원이 3700명이 된다. 이중에서 동별 대표 2인씩 74명으로 시민대표를 뽑고, 전문가가 20명 내외에서 결합해서 100명 이내의 참여예산시민위원회가 구성된다. 이 이외에 연구회와 참여예산조정위원회(위원장: 시장)가 있다. 연구회-동별 주민회의-시민위원회-조정위원회가 유기적인 역할 분담 속에 주민의 참여를 최대한 보장하는 시스템을 갖춘 것이다.

반면 이번에 입법 예고된 성남시 집행부의 조례(안)을 보자. 연구회! 없다. 동별 주민회의! 역시 없다. 조정위원회! 당연히 없다. 달랑 ‘주민참여예산위원회’만 있다. 공무원들이 당연직 위원으로 들어가고, 공개 모집자나 동장이 추천한자 중에서 시장이 위촉하여 70인 이내에서 구성한다고 한다. 부천시와 너무나 대조적이지 않는가! 성남시 조례(안)은 주민참여예산제가 아니라 기존의 방식과 차이가 없는 허울뿐인 참여예산제에 불과하다.

둘째, 투명성이다. 의사결정과정의 상세한 내용이 모든 사람에게 공개되어야 한다. 그러나 개방성이 지켜져서 주민의 참여가 보장되지 않는데, 즉 내용 없는 위원회의 투명성이라는 것은 속된 말로 ‘앙꼬 없는 찐빵’이 아닐까.

셋째. 권한부여다. 위원회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그에 걸맞은 권한이 주어지고, 위원회의 결정 사항이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제도적 차원 및 관계자들의 의지 차원의 뒷받침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시민참여에 대한 문제의식이 결여된 성남시가 위원회에 권한을 부여한다는 것은 언감생심이 아닐런지!
 
문제는 시 집행부에만 있지 않다. 조례안을 심의할 시의회의 문제 역시 집행부와 차이가 없다. 시의회, 특히 한나라당 의원들은 주민참여예산제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른다. 아니다. 어쩌면 그들이 더 잘 알고 있는지 모른다. 시민들이 참여하면 골치 아플 테니까. 자기들의 권한이 줄어들까봐 전전긍긍하는 것 같다. 박창순 의원의 말에 의하면 작년의 조례안이 부결된 이유가 이렇다고 한다. “집행부의 예산편성권과 시의회의 심사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주민참여예산위원회가 시장의 정치적 활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한나라당을 비롯한 시의원들은 공부하시라.
대의민주주의가 어떤 한계가 있는지, 참여민주주의와 직접민주주의가 대의민주주의의 문제를 어떻게 보완할 수 있으며, 시대의 흐름이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연구하라. 눈앞의 이권과 자신의 권한 지키기에만 급급한 모습은 심히 안쓰럽다.

늦었다. 그러나 이미 늦은 것,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서 새롭게 조례와 시행 규칙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 해 보지 않아서, 익숙하지 않아서 불편하고 귀찮게 느껴진다 하더라도 시민의 시정 참여는 시대정신이다. 슘페터가 말했다고 한다. “예산을 읽고 이해하는 자는 국정을 운영할 수 있다.”고. 시민이 주인인 성남이 되기 위한 첫걸음은 시민이 예산편성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어제 토론회에서 느낀 성남시와 시의회의 시민참여행정에 대한 현주소를 한마디로 정리하자. 요즘 유행하는 ‘나는 꼼수다’ 버전으로. “씨~바! 절~라 허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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