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떠나며 전부를 남깁니다”

한겨레 | 입력 2011.09.06 20:10

 

[한겨레] 11억 기부하고 숨진 손영자씨

시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억척스럽게 살다가 10여년 투병 끝에 떠난 손영자(63·대구 대신동·사진)씨가 평생 모은 재산 11억7000만원을 대학과 복지시설에 기부한 사실이 6일 뒤늦게 알려졌다. 만성 신부전증으로 1년 전부터 영남대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지난 7월 초 숨진 손씨는 독신으로 살아 유일한 혈육인 사촌동생을 통해, 재산 가운데 6억4000만원을 영남대에 기부했다. 그는 당시 "배우지 못한 게 평생 한이었다는 말을 했다"고 유족은 전했다. 손씨는 또 어린이재단과 대구 남산복지재단에 각각 2억8000만원과 2억5000만원을 내놨다.

손씨는 3살 때 부친을 여읜 뒤 어려운 형편 때문에 초등학교만 겨우 졸업하고 생업에 뛰어들었다. 재래시장에서 장사도 하고, 돈 되는 일이라면 허드렛일도 마다지 않고 해냈다. 10년 전 당뇨병에 걸렸지만 치료를 미루다 합병증으로 만성 신부전증까지 얻었다. 유족들은 "평생 제대로 입지도, 먹지도 못하고 억척스럽게 재산을 모았다"고 회상했다. 영남대는 손씨의 기부금을 '손영자 장학기금'으로 이름짓고 해마다 10여명을 뽑아 장학금을 주기로 했다. 대구/구대선 기자 sunny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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