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인촌 전 장관에게 웬 건축상?

한겨레 | 입력 2011.10.02 19:30 | 수정 2011.10.02 22:10 | 누가 봤을까? 50대 남성, 전라




[한겨레] '김정철 건축문화상' 내정


건축가협회 "예산증액 평가"


건축계 "상 취지와 안 맞아"

한국건축가협회(회장 이상림)가 건축계 바깥 인사들 가운데 국내 건축문화 발전과 대중화에 기여한 이를 뽑아서 주는 '김정철 건축문화상' 제1회 수상자로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내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김정철 건축문화상은 국내 주요 건축설계법인인 정림건축(공동대표 경민호 김진구)의 창업자 고 김정철(1932~2010) 명예회장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한국건축가협회의 특별상이다. 국내 대표적 건축가로 활동했던 고인이 생전 협회에 기부한 발전기금 2억원을 바탕으로 올해 신설됐다. 건축가협회는 누리집에서 "건축 도시 관련 법령의 제정, 건축가의 사회적 위상 확립, 건강한 공간 환경을 만드는 데 있어서 잘 드러나지 않는 분야에서 건축문화 발전을 위해 활동하고 계신 분을 심사, 선정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논란의 시작은 상을 주관하는 협회 쪽이 지난달 5~15일 공모를 거쳐 수상 후보자로 추천받은 9명 가운데 유 전 장관을 수상자로 잠정 결정하면서부터다. 협회 쪽은 회장단 회의와 이사회 승인을 받은 뒤 새달 11~16일 열리는 '2011 대한민국건축문화제' 기간에 유 전 장관에게 상을 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관계자들은 "유 전 장관이 2005년 대한민국건축문화제 홍보대사를 지냈고, 장관 재직 때도 한국건축가협회와 한국여성건축가협회를 지원했으며, 문화부 건축 담당 부서인 공간환경과의 예산을 증액하는 등 건축문화에 남다른 애정을 보인 점을 감안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건축계에서는 "상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불거졌다. "(유 전 장관이) 문화부 부서 예산을 늘린 것은 부처 내부 운영에 해당되는 일이고 건축의 외연을 넓히거나 건축문화를 진작시킨 것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는 것이다. 또 문화부 산하 단체인 한국건축가협회가 전직 문화부 장관을 수상자로 정한 건 특별상의 의미를 훼손하는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논란이 일자 상을 후원하는 정림건축문화재단(대표 이필훈)은 협회 쪽에 심사과정을 기록한 회의록을 보여달라고 공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단 관계자는 "순수한 목적으로 상을 주기를 바란다. 마땅한 수상자가 없다면 차라리 시상을 미루자고 협회 쪽에 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 김정철 회장은 인천국제공항, 국립중앙박물관, 청와대 본관, 서울월드컵경기장 등을 설계했으며 한국건축가협회 회장 등을 지냈다. 그의 동생은 유 전 장관에 의해 2008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에서 해임된 화가 김정헌(65)씨다.

정상영 구본준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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