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히 결자해지(結者解之)하라’ 했거늘…
패착(敗着)을 놓고만 이재명 성남시장의 자가당착(自家撞着)!


입력날짜 : 2010. 11.26. 11:01

김대운 해설위원
25일 열린 제174회 성남시의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장.

시의회 상임위원회에 회부된 각종 조례 개정안 등에 대해서 해당 상임위의 심도있는 논의를 거친 의안들이 본회의장에 보고되고 이에 대한 질의 토론을 생략한 채 본회의장 상석의 의장이 지니고 있는 의사봉의 타봉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시정개혁위원회 설치 및 운영조례안’은 본회의장에서 부결처리 되었다.

또한 ‘성남시 문화재단 이사장 임명동의안’과 ‘성남시 청소년 육성재단 상임이사 임명 동의안’도 역시 부결 처리됐다.

이같은 상황 연출의 주연은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에 의해 이뤄졌고 시의회가 민의의 전당이라는 점을 실감나게 한 장면이었다.

시가 제출해 부결 된 의안을 보면 한마디로 집행부 수장인 시장이 제출했다고 보기엔 미흡한 점이 많이 발견되고 있다, 따라서 외부 압력에 의해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제출되지 않았나 하는 의혹을 받기에 충분 요건을 갖췄다고 본다.

이같은 염려는 의회가 산회 한 뒤 가진 한나라당 대표의원실의 기자회견장에서 부결원인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 한나라당 대표의원의 입을 통해서 확인됐다.

‘시정개혁위원회 설치 및 운영조례안’은 한나라당 의원들의 지적 하듯이 시에 설치된 기존의 각종 위원회 운영을 활성화 하면 될 것을 시민들과 소통을 한다는 명분으로 이를 새롭게만들어 운영하겠다는 옥상옥(屋上屋)의 구조로 되어있다.

이는 이재명 시장의 선거 켐프에서 도움을 준 사회단체들에 대해 합법적이고 조직적인 참여의 길을 보장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으로 우려를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위원회는 월1회 회의를 거치고 사안에 따라 별도 회의를 할 수 있으며 산하에 분과 위원회를 두는 것으로 되어있다.

위원회의 결과를 시민들의 의견이라며 시장이 이를 인용하고 집행하게 된다면 집행부 공무원들은 자신들의 상급자인 소관 국장의 하명에 앞서 이들 분과위원들과 분과위원장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이상한 형태의 조직으로 변질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문화재단 이사장 임명동의안’의 경우도 지역 문화의 수장은 지역 문화인이 맡아야 한다는 소신을 지속적으로 펼쳐온 이시장의 의사와는 전혀 무관한 지역 외 인물이 임명동의안으로 상정된 것에 대해 의원들은 상당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고 이시장이 이를 간과한 것은 이시장의 자가당착(自家撞着)이었다.

자가당착(自家撞着)은 선림유취(禪林類聚)·간경문(看經門)에 실린 남당정(南堂靜)의 싯구가 모태다.

수미산은 높아 봉우리가 보이지 않고 (須彌山高不見嶺)

바닷물은 깊어 바닥이 보이지 않고 (大海水深不見底)

흙을 뒤집어 털어봐도 먼지는 찾을 수 없고 (硽土揚塵處尋)

머리 돌려 부딪치니 바로 자신이로구나. (回頭撞着自家底)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워 진리를 찾는다고 하지만 결국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요 오히려 얻은 것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해를 끼치는 피해만 자초하는 뜻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 및 지식 등의 유희에 빠져 함부로 사실을 합리화하는 어리석은 실수에 대한 경구로 널리 인용되는 문구다.

이미 본란(11월17일자)을 통해 부결됐을 때 이시장이 입을 정치적 타격을 염려하면서 속히 결자해지(結者解之)하라고 밝혔지만 결과는 마이동풍(馬耳東風)이었다.

역설적이지만 이번 시의회에서 부결된 사안을 한나라당 의원 입장에서 보면 사필귀정(事必歸正)이라고 아니할 수 없다.

이번기회를 통해 이 시장은 원활한 시정의 집행을 위해 어떻게 의회와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것인가 골똘히 생각해 나가야 할 것이다.

시장도 선출직이지만 시의회도 민의를 대변하는 선출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소야대의 의회 구성은 집행부 수장의 역할여하에 따라 동반자적 의사결정체가 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이시장이 하고자 하는 업무추진에 발목을 잡아 시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시민과의 의사소통에 앞서 민의 대변자인 의원들과 먼저 소통을 해야 할 것으로 본다.

나만이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나 아니면 안된다는 사고를 가지고 있다면 지금 곧 버려야 한다.

시민사회단체도 이시장의 선거에 도움 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선거는 선거 일 뿐이다.
이를 빌미로 자신의 논공행상을 강요(?)하면서 참여의 지분을 요구하는 행위는 전근대적 발상이다.

이같은 발상을 속히 버리기를 바란다.

이것이 시장이 원활한 시정을 펼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시장은 공약 이행 등 자신이 시민들에게 약속한 것은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 줘야 하고 이를 통해 시민들에게 평가를 받는 것이다.

시장이 갖고 있는 시정 운영계획 전반에 시민단체가 직접 참여하겠다는 발상은 대의 민주주의를 택하고 있는 우리나라 정치실정에도 배치되는 행태다.

이시장은 이번기회에 대해 ‘내 탓’이라는 자학의식을 버리고 외부 압력이나 눈치를 보지 말고 시정을 소신 껏 운영하라는 시민의 목소리란 점을 명심하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로 여길 것을 주문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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