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횡포 뒤 꼬리 내리기?
예술의 전당측이 화재 사건 후 뒷수습에 무성의한 모습을 보여 구설에 올랐다.
예술의 전당측은 오페라극장 화재 사건 직후 공연을 앞둔 각 공연기획사측에 취소 공문을 최근 보냈다. 결국 22일 계획된 국립발레단 <호두까기인형>이 취소됐고, 내년초 계획된 <브라케티쇼>와 뮤지컬 <위윌락유> 등은 이미 거액의 진행비가 투입된 상태에서 마땅한 공연장을 찾지 못해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됐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18일 기획사 대표들이 예술의 전당 관계자를 만났다. 계약금을 포함해 실비만 돌려준다는 답변만 들었다. 예술의 전당측의 과실이 큰 상황에서 애꿎은 공연기획사들만 큰 피해를 입게 됐다”고 성토했다.
<브라케티쇼>의 경우 성남아트센터 공연도 계획돼 있었다. 하지만 성남 공연만으로는 손익분기점을 넘기기 어려워 사실상 공연 무산 단계다. <브라케티쇼>를 기획한 엔조이더쇼측은 “고객 보호가 우선이다. 예매한 고객들에게 환불을 시작했다. 피해가 막심하다. 추후 예술의 전당측과 협의해 풀어야 할 문제다”고 말했다.
국내 공연계에서 예술의 전당이 갖는 파워를 알고 있는 공연기획사들은 섣불리 문제제기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공연기획사 대표는 “18일 회의간 다음 공연 유치시 우선권을 주겠다는 정도의 말만 들었다. 예술의 전당과 계속 함께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획사들은 약자일 수밖에 없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예술의 전당 신현택 사장은 21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향후 10개월간 180억 원을 통해 오페라극장을 전면 보수할 뜻을 전했다. 공연기획사의 피해 보상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예술의 전당 홍보팀 관계자는 “예술의 전당이 기획사의 피해를 모른 척 한다는 것은 억측이다. 현재 화재 원인을 비롯해 법률적 문제를 검토 중이다. 추후 피해보상의 범위도 논의될 예정이다”며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였다.
일부 공연기획사는 예술의 전당의 소극적 대처에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공연기획사측이 지금껏 투입된 진행비 보상 외에 공연 진행시 발생되는 수익까지 고려한 피해보상을 요구할 경우 100억대가 넘는 소송이 진행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예술의 전당은 복구비의 재원도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면초가에 놓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