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88만원 세대 온몸으로 ‘저항 선언’
고대생 “자퇴” 대자보…“대기업 하청업체 된 대학을 거부한다”
경향신문 | 황경상 기자 | 입력 2010.03.11 01:48 | 수정 2010.03.12 02:46 | 누가 봤을까? 10대 여성, 강원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10일 오후 서울 안암동 고려대 정경대학 후문에는 장문의 대자보가 나붙었다. '자발적 퇴교를 앞둔 고려대 경영학과 3학년 김예슬'씨가 쓴 전지 3장의 글에는 끊임없는 불안감과 경쟁만 조장하는 대학을 그만두겠다는 선언이 담겼다. 비싼 등록금과 취업난의 수렁에 빠져 있는 '88만원 세대' 대학생의 이유 있는 항변이었다.
10일 오후 서울 안암동 고려대 정경대학 후문에는 장문의 대자보가 나붙었다. '자발적 퇴교를 앞둔 고려대 경영학과 3학년 김예슬'씨가 쓴 전지 3장의 글에는 끊임없는 불안감과 경쟁만 조장하는 대학을 그만두겠다는 선언이 담겼다. 비싼 등록금과 취업난의 수렁에 빠져 있는 '88만원 세대' 대학생의 이유 있는 항변이었다.
김씨는 자신의 세대를 "G(글로벌)세대로 '빛나거나' 88만원 세대로 '빚내거나' 그 양극화의 틈새에서 불안한 줄다리기를 하는 20대, 뭔가 잘못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는 불안에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20대"라고 표현했다. "친구들을 넘어뜨린 것을 기뻐하면서 앞질러 가는 친구들에 불안해하면서" 대학 관문을 뚫고 25년간 트랙을 질주했다는 고백이었다.
그렇지만 '결국 죽을 때까지 불안함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가 나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는 "스무 살이 되어서도 꿈을 찾는 게 꿈이어서 억울하다"며 "더 거세게 채찍질해봐도 다리 힘이 빠지고 심장이 뛰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자보에는 대학과 기업, 국가를 향한 또래 세대의 울분도 실렸다. 그는 "이름만 남은 '자격증장사 브로커'가 된 대학. 그것이 이 시대 대학의 진실"이라며 "국가와 대학은 자본과 대기업의 '인간 제품'을 조달하는 하청업체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새 자격증도) 10년을 채 써먹을 수 없어 낡아 버려지고 우리들은 또 대학원에 유학에 돌입한다"며 "큰 배움 없는 '大學' 없는 대학에서 우리 20대는 '적자세대'가 돼 부모 앞에 죄송하다"고 적었다.
그는 이 선택으로 "길을 잃고 상처받을 것"이며 "대학과 자본의 이 거대한 탑에서 내 몫의 돌멩이 하나가 빠진다 해도 탑은 끄떡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더 많이 쌓기만 하다가 내 삶이 시들어버리기 전에 쓸모 있는 상품으로 '간택'되지 않고 인간의 길을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대자보 앞에는 오후 내내 수십명의 학생들이 이어졌고, 대자보 옆에는 '당신의 용기를 응원합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글귀가 쓰인 두 장의 A4용지와 장미꽃 세 송이가 나붙기도 했다.
김씨는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나 개인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인터뷰를 사양했다.
< 황경상 기자 yellowpig@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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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결국 죽을 때까지 불안함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가 나 때문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밝혔다. 그는 "스무 살이 되어서도 꿈을 찾는 게 꿈이어서 억울하다"며 "더 거세게 채찍질해봐도 다리 힘이 빠지고 심장이 뛰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자보에는 대학과 기업, 국가를 향한 또래 세대의 울분도 실렸다. 그는 "이름만 남은 '자격증장사 브로커'가 된 대학. 그것이 이 시대 대학의 진실"이라며 "국가와 대학은 자본과 대기업의 '인간 제품'을 조달하는 하청업체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새 자격증도) 10년을 채 써먹을 수 없어 낡아 버려지고 우리들은 또 대학원에 유학에 돌입한다"며 "큰 배움 없는 '大學' 없는 대학에서 우리 20대는 '적자세대'가 돼 부모 앞에 죄송하다"고 적었다.
그는 이 선택으로 "길을 잃고 상처받을 것"이며 "대학과 자본의 이 거대한 탑에서 내 몫의 돌멩이 하나가 빠진다 해도 탑은 끄떡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지만, "더 많이 쌓기만 하다가 내 삶이 시들어버리기 전에 쓸모 있는 상품으로 '간택'되지 않고 인간의 길을 '선택'하겠다"고 밝혔다.
대자보 앞에는 오후 내내 수십명의 학생들이 이어졌고, 대자보 옆에는 '당신의 용기를 응원합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라는 글귀가 쓰인 두 장의 A4용지와 장미꽃 세 송이가 나붙기도 했다.
김씨는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나 개인에게 관심이 쏠리는 것은 부담스럽다"며 인터뷰를 사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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