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에 울려퍼진 가야금 산조

연합뉴스 | 입력 2009.10.20 04:08 | 수정 2009.10.20

한국의 전통음악 `산조'의 배경과 구조에 대한 기조연설에 나선 로버트 프로바인 메릴랜드대 교수는 직접 장구를 두드리며

가야금 명인인 박현숙 서원대 교수의 연주에 맞춰 중모리, 자진모리 등 국악 장단을 열심히 설명했다.

많은 수는 아니지만, 객석을 메운 푸른 눈의 미국인들도 발을 구르거나 손뼉으로 장단을 맞추며 흥을 돋웠다.

이어 발표에 나선 가야금 명인 황병기 이대 교수는 정남희-김윤덕-황병기 등으로 이어지는 가야금 산조 명인들의 역사를 설명했다.

황 명인은 "가야금 산조가 19세기 말 김창조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이는 그의 혼자 힘으로 창조된 것이 아니라

여러 전통 음악인들을 통해 조금씩 형성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문화체육관광부와 뉴욕시립대, 국악방송 등이 우리 전통음악의 한 장르인 산조를 해외에 체계적으로 알린다는 취지에서

개최한 제1회 뉴욕 산조 페스티벌.심포지엄의 일환이다.

특히 이번 행사는 가야금을 비롯한 전통악기의 공연뿐 아니라 산조의 역사적 기원과 배경, 구조 등에 관한 학자들의 논문발표를

 병행함으로써 우리 전통음악의 이론적 배경까지도 제시하는 방식을 택했다.

대중적인 공연뿐 아니라 민족음악을 연구하는 해외의 학자들에게 우리 전통음악의 배경과 이론을 설명함으로써 학계를 통한

`국악의 세계화'를 이룬다는 취지다.

또 한국의 산조뿐 아니라 민족음악학의 권위자인 리처드 울프 하버드대 교수가 인도의 전통악기인 `비나(Vina)'로

인도의 전통음악 `라가 알라파나'를 직접 연주하면서 양국 전통음악의 구조를 비교, 설명하는 등 민족음악 학자들의 논문 발표와 연주가 이어졌다.

다음날 저녁에는 황병기 명인의 해설과 함께 악기별 산조를 공연하는 페스티벌도 열릴 예정이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딘 레이널드(뉴욕시립대 박사과정)는 "산조는 장단이 느리게 시작했다가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배경 지식 없어도 빨려 들어가게 하는 매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산조는 조선시대에 축적된 다양한 전통음악을 바탕으로 음악가들이 자신의 예술적 기량과 음악기법을 동원해 만든 기악의 독주양식이다.

산조는 가야금뿐 아니라 거문고, 대금, 해금, 피리, 아쟁 등 여러 악기의 산조로 확대돼 왔지만, 판소리나 사물놀이보다 덜 알려져

일반인에게는 비교적 생소한 분야로 꼽혀왔다.

황병기 명인은 "뉴욕에 와보니 우리 전통음악에 대한 미국인들의 관심이 대단한 것을 느낄 수 있었다"면서 "공연을 통한

 대중적인 저변확대뿐 아니라 전문가들의 연구를 통한 국악의 세계화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바인 메릴랜드대 교수는 "한국의 산조는 다른 아시아권의 전통음악과 비슷한 점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매우 독특하고

전문적인 음악"이라면서 "한국의 젊은 세대들이 국악에 관심이 없다고 하지만 산조에 대해 알고 이를 좋아하는 인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hoon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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