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소희 명창의 마지막 제자인 오정해는 중학교 때부터 판소리 수업을 받았다. 오정해는 "당시 최악의 상황도 이겨낼 수 있도록 혹독한 훈련을 했었다. 가령 선생님께서는 음식이 쉬어도 버리는 법이 없었다. 선생님이 먹는데 하물며 제자가 안 먹을 수 있겠느냐"며 "지금도 쉰 음식을 어느 정도 먹어도 탈이 나지 않는다"고 말해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사연인 즉 몸이 악기인 소리꾼으로서 언제 어디서라도 음식을 먹고 탈이 나지 않고 음악을 할 수 있도록 면역력을 기르기 위한 훈련 중 하나였던 것. 오정해는 "7남매 중 막내라 빨래를 한번도 해본 적 없었는데, 자기의 모든 것을 혼자 해야 했기 때문에 겨울에 찬물로 청바지를 빨았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또 오정해는 "1년에 2번 집에 가는 기회가 주어졌는데, 당시로서는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사춘기'를 말하는 것조차 호강이라 생각한다"며 쉽지 않던 판소리 사사 과정을 회고했다.

하지만 오정해는 고 김소희 선생이 손수 자신의 한복을 줄여준 것을 입고 나간 첫 대회에서 당당하게 1등을 거머쥐며 처음으로 "수고했다"며 등을 두드려주시는 고인의 손길을 맛봤다고. 오정해는 "어린 내게 안 어울리는 한복이었지만 대회에서 1등을 했고, 선생님이 칭찬 대신 수고했다고 등을 두드려주셨다"고 밝혔다.

이어 오정해는 "나는 선생님의 제자로서 부끄러움 없이 최선을 다 할 것이라는 마음으로 대회에 임했는데 1등을 하게 됐다"며 "나의 단아함, 배려, 나를 낮추는 법, 사람을 대하는 법 등은 모두 선생님이 만들어주신 것이다. 선생님은 모든 걸 주고 가셨다"며 진정한 소리를 주고 지난 95년 영면한 고인을 떠올리며 끝내 눈물을 흘렸다.

오정해는 자신의 돈을 모아 사정이 어려운 후배들에게 주저없이 도움을 준 고인의 대인배다운 면모를 공개하며 "16년 전 돌아가실 때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기 싫으셔서 어느 때보다 꼿꼿하고 반듯하셨다"며 "단 한 분의 스승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정해는 "70살이 넘어서 (나를)마지막 제자로 삼으셨을 때 하신 말씀이, '소리쟁이로 사는 우리 삶이 너무 싫어서, 우리 제자는 소리도 잘하고 지적인 면모도 보이는 내 김소희의 제자로 기억되게 하고 싶었다'고 하셨다"며 "선생님 연세가 있으셔서 힘드니까 한번에 배우려고 안간힘을 다 해서 배웠다. 1년치를 한달 만에 배워서 온 힘을 다했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잠꼬대까지 판소리로 하며 고군분투 했던 오정해. 결국 그녀는 스승의 뜻대로 대학 강단에 서게 됐다. 지난 연말 동아방송예술대학 공연예술계역 전통연희전공 교수로 정식 임용된 것. 오정해는 "늘 제자가 대학 강단에 서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셨는데, 우리 선생님의 소원을 들어드리고 싶어서 강단에 서게 됐다"며 "너무 많이 사랑하고 감사합니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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