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멘트]

114년 전 명성황후가 시해된 바로 그 날, 시해자들의 고향인 일본 구마모토에서 뮤지컬 '명성황후'가 처음으로 공연됐습니다.
약식 공연의 아쉬움은 있지만 두 나라 사이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화해하는 자리로 거듭났습니다.
이 소식, 구마모토에서 김정회 기자가 보내왔습니다.

시해 114년.
조선의 국모는 지워지지 않은 피의 역사를 알리기 위해 일본 땅을 밟았습니다.
일본 큐슈 구마모토현.
이곳은 명성황후 시해 사건과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시해범 절반 가량이 이곳 출신이며 그들의 후손이 포함된 '명성황후를 생각하는 모임도, 시해자 중 한 명이 시해사건을 일본 입장에서 쓴 책 원본도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역사의 한복판에서 시해사건을 다룬 뮤지컬 '명성황후'가 명성황후가 살해된 바로 그날 일본 관객들에게 처음 선보였습니다.
공연장에는 일찍부터 관객들이 몰려들었고 조부의 죄를 대신 사죄하며 여생을 보내고 있는 가와노 다쓰미 씨도 모습을 보였습니다.
[녹취:가와노 다쓰미, 시해범 후손]
"(저도 굉장히 놀랐어요.) 보고싶어서 왔습니다."
공연은 일본 측 정서를 고려해 약식으로 진행됐지만 700여 객석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인터뷰:도쿠나가 히로코, 관객]
두 나라 아픈 역사가 일본인 입장에서는 부끄럽지만 그것을 딛고 새 역사를 시작하며 문화교류나 공연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인터뷰:윤호진, 에이콤 대표]
"첫걸음이 가장 중요한데 그러기까지 10년이 걸렸다. 이제 행보가 빨라져 조만간 제대로 된 공연을 제대로 된 공연을 하게 되길..."

이번 공연은 한일간 지난 역사의 화해 차원에서 마련됐습니다.
그러나 큰 역사적 사건이라도 세월 속에 화해는 '잊음'이 돼 잊혀지기 쉽습니다.
크건 작건 서로에게 의미와 느낌을 남기는 것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이번 공연이 남긴 값진 교훈입니다.

일본 구마모토에서 YTN 김정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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