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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창과의 산책…가야금산조 및 병창 예능보유자 안숙선 명창이 들려주는 진한 감동의 심청가
 
   
 

 

 
 ‘ 시대를 대표하는 명창들이 성남에서 판을 벌인다.
 
우리 판소리 다섯 바탕 가운데에서 <심청가>, <수궁가>, <춘향가>를 전한다. 판소리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는 ‘만화집’에는 판소리 열 두 바탕이 기록되어 있다. 그러나 대중의 갈채 속에 온전히 남아 전해오는 이야기는 <춘향가>, <흥부가>, <적벽가>, <심청가>, <수궁가> 다섯 바탕이다.

이번 무대는 그 중에서도 ‘사랑’과 ‘연민’의 교훈을 담고 있는 세 바탕이 무대에 오른다. 각박한 세대에 일침을 할 소리꾼들은 바로, 안숙선·왕기석·남궁정애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명창 안숙선은 판소리 다섯 바탕에 정통한 몇 안 되는 소리꾼이다. 그의 자그마한 체구에서 뿜어내는 춘향의 설움이나, 심청이의 애환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슬프다. 반면 수궁가의 별주부는 재치 있고, 흥부가의 놀부는 급살 맞게 얄밉다. 평생을 소릿길에 바쳐온 명창의 삶은 늘 작품으로 설명된다.

안숙선 명창은 오랫동안 국립창극단에서 주역을 맡아오며, 시대를 대변해왔다. 1979년에 국립창극단에 입단해 1997년부터 2001년까지 단장 및 예술감독을 역임했고, 현재까지도 중요한 작품마다 빼놓을 수 없는 도창과 지도를 맡아오고 있다. 현재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예능보유자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에서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왕기석 명창의 소리는 진중하다. 30년 넘게 국립창극단에서 창극을 해온 그의 소리는 배역의 이면을 이미 꽤 뚫고 있다. 세련된 외모 탓에 늘 흥부 역은 거리가 멀지만, 장쾌한 목청과 타고난 연기력 덕분에 국립창극단의 작품들은 그로 인해 무게감을 갖출 수 있다. 40~60대의 남자 소리꾼이 드문 판소리계에서 왕기석 명창은 빼놓을 수 없는 진검이다.

소리꾼에게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연기력이다. 중년의 명창 가운데 남궁정애는 숨어있는 소리꾼이다. 그녀는 2011년까지 국립창극단에서 활동하며, 다채로운 역할을 통해 우리 소리의 깊은 성음과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특히 그가 부르는 춘향가 중 ‘춘향모 어사 상봉 대목’은 인상적이다. 특유의 안정감과 카리스마로 이 시대 춘향의 교훈을 고군분투 전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각각의 명창들이 시절과 어울리는 바탕을 각각 선택해 관객 앞에 나선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예로부터 소리꾼들은 관객이 있는 곳에 그들에게 필요한 노래, 전해야할 노래들을 지어 부르곤 했다. 관객의 호흥과 더불어 세태를 풍자하고, 함께 마음을 훌훌 털고 각오를 북돋워 소리판을 파하곤 했다.

이번 무대 역시 북과 소리만으로 인간의 감성을 녹여내는 소리꾼의 진정성을 만나볼 수 있는 무대가 될 것이다. 일평생을 소리 속에 살아오던 명창들의 공력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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