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의 가락 '아리랑' 인류무형유산 됐다

후렴구 '아라리요'로 끝나는 노래 전부
문화재청, 전승 활성화위해 330억 투입
한국일보 | 권대익기자 | 입력 2012.12.07 02:33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가락인 '아리랑'이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종묘제례ㆍ종묘제례악, 판소리, 강강술래, 강릉 단오제 등 모두 15건의 인류무형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유네스코는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본부에서 24개 위원국으로 구성된 제7차 무형유산위원회를 열어 산하 심사소위원회인 심사보조기구의 지난달 평가를 토대로 이같이 확정했다고 문화재청이 6일 밝혔다.

아리랑의 인류무형유산 등재 추진은 지난 2009년 8월 '정선아리랑'을 가곡ㆍ대목장ㆍ매사냥 등과 함께 인류무형유산 등재 신청을 하면서다. 하지만 연간 국가별 할당 건수 제한 방침에 따라 정선 아리랑은 심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후 남북 공동으로 한반도 전 지역 아리랑의 등재를 추진하려 했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자 지난 1월 아리랑을 심사 우선순위로 정하고 6월 우리 정부 단독으로 등재 신청서를 냈다.

이번에 등재된 아리랑은 정선아리랑이나 진도아리랑, 밀양아리랑처럼 특정 지역의 것이 아니라 후렴구가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로 끝나는 노래는 모두 포함된다. 이번 등재 결정에는 세대를 거쳐 재창조되고 다양한 형태로 전승되는 아리랑의 모습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아리랑은 현재 한반도에만 150여 곡 8,000여 수가 전한다. 중국은 지난해 5월 '조선족 아리랑'을 자국의 국가급 무형유산으로 지정했지만, 유네스코에 등재신청서를 제출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중국이 아리랑을 이용해 또 다른 '동북공정'을 시도하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문화재청은 내년부터 5년간 336억원의 예산을 들여 ▦아카이브 구축 ▦상설 및 기획 전시 ▦국내외 정기공연 개최 ▦학술조사 및 연구 지원 ▦지방자치단체 아리랑축제 지원 등도 추진하는 '무형문화재 아리랑 전승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우선 내년 상반기 '무형문화유산 보전 및 진흥에 관한 법률'을 제정, 아리랑의 국가무형문화유산 지정을 추진한다. 현재 정선아리랑만 강원도 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돼 있다.

내년 9월 전주에 개관하는 '국립무형유산원' 아카이브에는 국내외 아리랑 관련 자료를 수집하고, 연구자와 전승단체는 물론 일반 국민에게 아리랑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고려인ㆍ조선족 등 재외동포와 외국인 노동자 등 국내 다문화 구성원, 해외 입양 가정 등을 대상으로 아리랑을 테마로 한 전통문화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한민족 아리랑센터' 설립도 추진키로 했다. 한민족 아리랑센터는 재외동포 726만명을 비롯해 다문화 구성원, 해외 입양자, 탈북 주민 등 784만명을 대상으로 하는 전통문화 교육기관이다.

아리랑을 주제로 한 해외 기획 공연도 중앙아시아 고려인(연 1회) 위주에서 연 2, 3회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진용선 정선아리랑연구소장은 "아리랑이 다른 세계무형유산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라며 "국내뿐만 아니라 중국과 몽골, 카자흐스탄 등 해외 동포가 만든 아리랑까지 전승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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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이제 세계적 문화상품으로 성공시켜야"

아리랑 인류무형유산 등재 위해 뛴… 임돈희 문화재위원회 무형문화유산 분과위원장 조선일보 | 김기철 기자 | 입력 2012.12.07 03:15 | 수정 2012.12.07 10:10

"이번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선정을 '아리랑 세계화'의 첫걸음으로 삼아야 합니다. '아리랑'만큼 온 국민을 하나로 묶을 뿐 아니라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노래는 없을 겁니다."

'아리랑'이 인류무형유산으로 선정된 6일, 가슴 벅차게 이 소식을 들은 사람 중임돈희(68) 문화재위원회 부위원장 겸 무형문화유산 분과위원장이 있다. 2000년 유네스코 무형유산 선정 국제심사위원단이 처음 꾸려질 때, 그는 아시아의 유일한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2001년과 2003년 심사위원으로서 종묘제례악과 판소리가 채택되는 현장을 지켜봤고, 심사위원을 그만둔 2005년엔 강릉단오제 선정을 위해 발벗고 뛰었다.

↑ [조선일보]임돈희 위원장은“아리랑을 모티브로 삼아 세계인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문화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주완중 기자

문화재위원회에서 무형유산 분야를 맡고 있는 임 위원장은 "아리랑이 세계인들 공감을 얻으려면 민요 그대로가 아니라 감동이 있는 콘텐츠로 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나운규의 '아리랑'이 일제강점기 조선인들 공감을 불러일으킨 것은 아리랑의 정서를 영화에 잘 녹여냈기 때문입니다. 아리랑을 모티브로 한 영화나 드라마, 가요를 통해 세계인 감성에 다가가야 합니다."

임 위원장은 "서구가 주도권을 갖고 있는 유형유산과 달리 무형(無形)유산 분야는 한국이 선도하고 있다"고 했다. 유네스코가 무형유산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00년 전후이지만, 한국은 40년 앞선 1960년대 초 '인간문화재'를 지정해 무형유산을 보호해온 경험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임 위원장은 "실제로 유네스코가 인류무형유산 제도를 만들면서 우리 '인간문화재'를 벤치마킹했다"고 했다.

"무형유산은 유적 중심의 유형유산과 달리 세계 각 지역 문화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정신이 강해요. 우리 고유 가락인 '아리랑'을 세계적 문화상품으로 성공시키면 다른 비(非)서구국가들도 자기네 문화유산을 성공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되지 않을까요."

임 위원장은 "무형문화유산은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블루오션'"이라 했다. "각 민족의 자존심·정체성과 이어지는 고유문화를 경제나 외교에 잘 활용해야 해요. 외국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그 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민요로 맞이한다면 얼마나 호감을 갖겠습니까. 아리랑에 대한 호감도가 높으면 한국 상품에 대한 친밀도도 높아지지 않겠습니까."

국제 사회의 호감도를 끌어내는 데도 무형문화유산이 중요하다고 했다. 임 위원장은 미얀마를 예로 들었다. 미얀마가 조금씩 민주화되면서 미국·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진출하고 있는데, 한국이 만약 미얀마 각 부족 민속이나 고유문화를 조사·연구하고 기록을 남기면, 훗날 미얀마에서 얼마나 고마워하겠느냐는 것이다. 임 위원장은 "한국이 국제사회에 공헌하고 문명국가라는 인상을 주는 '소프트파워'로 무형문화유산을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임 위원장의 아버지는 국내 민속학을 개척한 고(故)임석재(1903 ~1998) 선생이다. 1960년대 초대 무형문화재분과위원장을 맡아 굿과 무속 등 전통 유산 보호와 연구에 앞장서 왔다. 그런 아버지 뒤를 이어 임 위원장은 서울대 고고인류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민속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동국대 석좌교수이기도 하다.

"아버지가 국내 무형유산 보호를 위해 애쓰셨다면, 저는 우리 무형유산을 세계에 알리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고유문화가 중심이 된 한류가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주는 걸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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